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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생건도 꼼짝 못한다…350만명 쓰는 화장품 성분분석 앱 '화해' 이웅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2016.12.15 11:59
아로마티카, 봄비, 아이소이. 최근 제품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천연 화장품 브랜드다. 이들 화장품은 각기 다른 회사 제품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화장품의 성분 정보를 제공하는 ‘화장품을 해석하다’는 뜻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화해’를 통해 주목 받은 브랜드라는 점이다. 탈모나 민감성 피부로 고민하는 직장인, 아토피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뿐 아니라 피부에 관심이 많은 2030 젊은 여성들이라면 모바일 앱 ‘화해’를 알고 있다. 어플 사용자수가 350만명을 넘기면서 화장품 브랜드도 이 앱을 주목하고 있다.

"착한 중소 브랜드 인지도 쌓을 기회"
"체험 리뷰 150만건...대형 브랜드도 탐내는 화장품 데이터"

최근 이웅 화해 대표를 본지가 단독으로 만났다. 이 대표는“시중 제품 중 주의 성분이 없는 제품은 겨우 10%정도”라면서 “제품이 돋보이도록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지양해야 한다. 성분 표기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2008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전성분 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물 50mm 이하 제품은 성분 표기 의무가 없다. 수입 화장품은 국내에 수입돼 한글 라벨을 붙이면서 성분을 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K-뷰티 바람을 타고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화장품 역시 전성분 표기 의무가 없다. 하지만 내년부턴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 제품은 모든 성분 표시가 의무화된다.
어플에 등록된 제품을 검색하면 제품에 표기된 성분의 위험성과 정보를 알수 있다[화해 어플 캡쳐 화면]

어플에 등록된 제품을 검색하면 제품에 표기된 성분의 위험성과 정보를 알수 있다[화해 어플 캡쳐 화면]


화해는 시중에 유통되는 9000개 브랜드의 8만7000개 제품 중 7만여 개 제품의 성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품 카테고리는 스킨케어·클렌징·선케어·헤어·네일·향수 등 15가지 정도로 분류했다. 시중 제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1만 3000여 가지의 성분이 등록돼 있다.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후기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성분 뿐 아니라 제품 후기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의 경우 리뷰를 참고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화해에 등록된 제품 리뷰는 150만 건. 이 대표는"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리뷰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했다. 화해의 리뷰 평점으로 상위권에 오른 브랜드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또 리뷰를 마케팅 문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고객의 혹독한 평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아모레나 LG생활건강과 같이 많이 알려진 브랜드 일수록 제품 리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웅 대표는“아모레나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형 브랜드는 향료를 필수 레시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일부 제품에서 향료를 제외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 성분 자극도를 최하위로 떨어뜨리기 위해 필요 없는 성분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 중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화해만큼 가진 곳은 드물다. 업계에선 “식약처에서도 화해측에 성분 정보를 문의한다”고 전했다. 화해측 관계자는 “제품에 추가되거나 사라지는 성분들이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성분 정보에 민감한 만큼 성분 정보에 대한 의의 제기를 하거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경우 이를 계속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화해는 지난해까지 별다른 매출이 없었음에도 여러 기업에서 투자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인수합병(M&A)의 귀재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역시 화해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차 부회장이 주로 대규모 브랜드나 기업을 인수해 온 터라 매출이 거의 없는 화해의 기업 가치를 놓고 상당히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 사이 화해는 금융 정보기업 나이스그룹 신사업부문으로 인수·편입됐다.
화해는 최근 사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어플 내에서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업도 시작했다. 내년엔 화해 만의 단독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일본에도 화해와 비슷하게 제품 성분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 리뷰를 등록해 평점을 기록할 수 있는 화장품 포털 ‘엣코스메’가 있다. 이웅 대표에 따르면 엣코스메는 일본 여성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할 만큼 대중적이고, 오프라인 매장 사업도 활발해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화해의 전자상거래 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화해의 강점인데, 화해가 제품을 판매하고 제품 광고를 앱에 노출하다 보면 인기 제품이나 수익성을 고려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화해가 성분 정보를 직접 연구하는 게 아니라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 때문에 성분 정보가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이를 좀더 꼼꼼히 따져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 대표는 “브랜드가 제품력을 담보하던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는 약해도 품질에 진정성을 담은 브랜드가 많다는 걸 소비자들이 알게 됐고, 덕분에 좋은 성분을 사용하는 착한 중소 브랜드에게도 기회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화장품 원가는 제품 가격의 10% 이하다. 앞선 이웅 대표의 말처럼 확실한 콘셉트와 진정성을 담고 창업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브랜드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아로마테라피를 주제로 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경우 브랜드는 약했지만 올해 6월, EWG(미국 비영리 환경운동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화장품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천연 성분과 사용 후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란 콘셉트의 ‘봄비’ 역시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중국까지 진출했다. (화해는 고객 리뷰와 평점을 바탕으로 자체 어워드를 실시하고 있다. 앱에선 제품의 성분 외에 제품군에 따라 평가가 좋은 브랜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K-뷰티 역시 이런 까다롭고 똑똑한 소비자 덕분에 확산됐다. 화해 역시 화장품 브랜드들에겐 까다로운 소비자 중 하나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웅 대표는“의도와는 다르게 자칫 우리의 활동이 화장품 브랜드를 공격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두렵다”고도 했다. 화해는 동덕여대 화장품특성화 사업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화장품 성분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연구활동도 추가하고 있다.

이웅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만난 어떤 화장품 브랜드 담당자가 비아냥처럼 던졌던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되겠나. 아무 도움 안 되는 쪼가리짓(작은 규모의 일을 뜻하는 비속어) 하지 말고 큰 일을 하시라.”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엔 작았지만 지금은 큰 일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예요. 변한 건 소비자들이 제품의 뒷면을 더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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