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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진경준 도움 예상” 김정주 인정했는데도 무죄?

중앙일보 2016.12.15 02:20 종합 2면 지면보기
진경준(49·구속) 전 검사장이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받은 넥슨 주식 매입 대금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부른 후폭풍이 거세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뇌물죄 범위를 너무 좁게 판단했다”는 강한 비판이, 인터넷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돼 5만원이네 3만원이네 국민들만 소액으로 고민하는구나’(촛불잔치****), ‘최순실도 무죄네’(ni**) 등의 반응이 나왔다. 투기자본센터는 “대한민국을 부패하게 만든 진원지가 바로 법원임을 그대로 보여준 판결”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 김진동)는 13일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9억5000여만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 다른 혐의와 관련해서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겐 무죄가 결정됐다. “진 전 검사장이 금품을 제공받은 기간 동안 직무와 관련해 김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게 판결의 핵심이다. 검찰이 넥슨 주식을 팔아 얻은 시세 차익 120억여원을 포함해 청구한 추징금 130억7900만원도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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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문모(56) 변호사는 “공무원이 직접 사건을 담당하지 않아도 직위에 의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포괄적 뇌물로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며 “김 대표가 검사가 아닌 다른 친구들에게는 거액을 주지 않은 사실만 봐도 검사이기 때문에 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에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 김 대표는 “언젠가 (진 전 검사장에게) 사건과 관련해 도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뇌물 공여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법조계 ‘직무관련 좁게 해석’ 비판
“공무원이 직접 사건 담당 안 해도
직위 따라 뇌물죄로 보는 게 판례
김, 검사 아닌 친구에겐 거액 안 줘”
판결문 곳곳 “증거 불충분” 표현
부실한 검찰 수사도 논란 일어


검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2002~2015년 넥슨이나 김 대표 등이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은 22건이다. 재판부는 그중 진 전 검사장이 직접 수사를 하거나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사건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은 “상명하복과 엄격한 위계질서 및 조직의 단합을 유난히 강조하는 검찰의 문화에 비춰볼 때 사건에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검사의 직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얻은 이익과의 관련성 내지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직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현직 고위 법관은 “이 논리대로면 검사는 자신이 관할하는 부서나 검찰청의 사건이 아닌 일과 관련해선 돈을 받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 내부에서도 이번 판결을 두고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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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늑장 수사도 한몫=재판부는 선고 이유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전 검사장의 재산 내역을 공개한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식 대박’ 의혹이 일었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소관 사항”이라며 책임을 돌렸고, 검찰은 4월에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배당했지만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전 검사장의 소명은 거짓”이라는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법무부는 징계를 신청했고, 검찰은 7월에 특임검사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무부와 검찰이 법을 잘 아는 진 전 검사장이 증거를 인멸하고 넥슨 쪽과 입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고 말했다.

김선미·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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