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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돕는 원샷법, 미·일서도 성공적 운영”

중앙일보 2016.12.15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정갑영(65·사진) 전 연세대 총장은 지난 8월 출범한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소위 ‘원샷법’라 불리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서 정한 기구다. 원샷법이란 공급과잉 업종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의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는 특별법이다. 전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조선·철강·석유화학과 같은 산업군이 주 대상이다. 특히 철강업의 경우 7억5000만t 규모의 공급과잉이 빚어지는 가운데 각국의 수입규제 확산까지 더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월 법 시행과 위원회 출범 이후 최근까지 17개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심의를 신청했으며, 이 중 10개 기업이 승인을 받았다.

정 위원장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개별 기업들이 미리 자율적으로 사업재편을 할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며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이 생길 게 뻔한 상황에서도 서로 눈치를 보다 해당 산업 전체가 돌이키기 어려운 불황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기업 사업재편을 위한 특별법이 왜 필요한가.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구조조정을 상시로 다룰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전문성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 중앙정부 수준의 지원 권한과 면책특권을 가진 전문가들이 판단해서 기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조선·해양산업을 보자. 뒤늦게 대처하려고 하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정치적 부담도 크다. 우린 그간 선제적인 구조조정 제도가 사실상 없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게 유일무이한 수단이었다.”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위한 법인데 왜 원샷법이라 불리나.
“우리나라는 기업이 살을 빼는 것도 쉽지 않다. 현행 제도 하에서 사업재편을 하려면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곳이 너무 많다. 심의위원회에는 이런 인허가 기관들이 다 들어와서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의 민원을 한 번에 끝내준다. 그래서 원샷(one-shot)법이라고 불린다.”
그간 어떤 사례가 있었나.
“태양광 관련 제조업체인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 10월 관련 자회사 둘을 모회사와 합치는 합병을 했다. 이번 특별법을 통해 주총 통지기간 등 상법상 절차는 물론 기간을 20일 이상 줄일 수 있었고, 등록 면허세는 절반이나 줄일 수 있었다. 고효율 태양광 제품 개발을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 선발에서도 우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저가 태양광 패널 공세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원샷법으로 활력의 기회를 찾는 대표적 경우다.”
특정기업에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일찍부터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례가 있는 제도다. 일본은 1999년부터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만들어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유도했다. 최근까지 연평균 40개 기업이 혜택을 입었다. 사업재편 승인기업의 70%가 이후 도쿄증시 상장기업 평균을 웃도는 수준의 생산성 향상치를 기록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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