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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고향’ 접수작전…동유럽 5개국 브랜드 주인 된 아사히

중앙일보 2016.12.15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일본 아사히 맥주가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의 동유럽 사업부를 9000억 엔(약 9조1500억원)에 인수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사히가 인베브로부터 체코·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루마니아 등 5개 국가의 맥주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합의를 이뤘다”고 13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체코의 유명 맥주인 ‘필스너우르켈’과 염소 맥주로 불리는 ‘코젤’, 폴란스의 ‘티스키에’와 ‘레흐’, 헝가리의 ‘드레허’등이 포함돼 있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이 해외 맥주 사업을 인수하는 것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며 “당초 5000억 엔으로 예상했던 인수금액이 2배 가까이 뛰었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유럽과 미국 사모펀드, 중국 맥주업체 등도 참여했지만 AB인베브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아사히를 낙점했다. 아사히는 보유 현금에 차입을 동원해 인수자금을 조달한 뒤 내년 봄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필스너우르켈·코젤·드레허 등 8개
AB인베브로부터 9조원에 사들여
10월엔 이탈리아·네덜란드사 인수
해외매출 비중 24%까지 확대 계획

아사히는 일본 맥주 시장이 정체를 보이면서 해외 시장, 특히 맥주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사브밀러의 페로니(이탈리아)와 그롤쉬(네덜란드) 등을 3000억 엔에 인수했다. 아사히는 이들 브랜드를 거점 삼아 2018부터 주력 맥주인 ‘슈퍼 드라이’를 현지 생산할 방침이다.

지난해 1조8574억 엔(약 19조원)의 매출을 올린 아사히는 전형적인 내수 강자다. 일본 맥주시장의 절반이 넘는 52.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10% 정도다. 40%에 육박하는 산토리나 30%를 훌쩍 넘는 기린에 크게 뒤처졌다. 아사히는 이번 동유럽 맥주 브랜드 인수로 해외 매출 비중이 24%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아사히가 인수하는 5개국 맥주 사업 매출 규모는 2000억 엔 수준이며 각국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거래 상대와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벨기에의 AB인베브는 지난해 11월 세계 2위 맥주기업인 사브밀러를 10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고 지난 9월 주주들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세계 맥주시장 전체의 30%에 달한다. 미국에선 두 기업의 점유율이 무려 70%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반독점 규정’을 이유로 AB인베브에 자산 처분을 요구해 왔다. 동유럽 사업부 매각 역시 세계 20개국 반독점 당국의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맥주시장은 2015~2020년 매년 평균 6%씩 성장해 2020년엔 6884억 달러(약 804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시장 수요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사브밀러를 인수한 AB인베브가 ‘공룡’으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어 나머지 파이를 차지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가열하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류산업은 유통비용이 높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기업명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더 중요한 산업”이라며 “글로벌 주요 맥주기업들이 중소업체나 신흥국 기업을 인수하는 일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B인베브는 2014년 한국 OB맥주의 지분을 100% 매입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주류회사들이 대형화로 인한 독과점 이슈를 무마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개편을 함께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효율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면 지역 중소업체들은 더욱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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