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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신간] 치매 노모 봉양하는 스머프할배의 밥상이야기

중앙일보 2016.12.15 00:01 6면
에세이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치매 중기인데다 여러 합병증으로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두고 ‘길어야 1년’이라는 의사의 말에 그렇다면 요양원이 아닌 ‘내가 직접’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모시겠다고 시작된 스머프할배와 징글맘의 따뜻한 밥상 일기가 담겨 있다.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요리와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스머프할배가 가장 정성을 들인 것은 ‘엄마가 젊었을 때 나와 내 가족에게 그랬던 것처럼 매일 삼시 세끼 밥상을 차려 엄마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이었다.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온갖 요리 블로그들을 찾아서 얻은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익히며 딱 100가지 요리를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칼에 베이고 끓는 물에 데는 동안 9년의 세월이 흘러 징글맘께 해드린 요리의 가짓수가 500가지가 넘었다.

◆스머프할배 정성기 작가는

당연하게도, 어렸을 때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받았고 결혼 후에는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았다. ‘길어야 1년’이라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요양원을 마다하고 난생 처음으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들어가 ‘엄마를 위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광고와 잡지 일을 하며 청춘을 보냈다. 가난으로 인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 때까지 입주 가정교사를 하느라 가족의 품을 떠나 있었다. 군 제대 후 결혼하고서야 부모를 십여 년 모시고 살았던 탓에 엄마와의 애틋한 추억이 별로 없었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불효를 씻고자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마지막까지 직접 모시겠다며 작은 집을 구해 곁을 지키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여 그 강을 건너가세요’라며 토로할 정도로, 노모의 치매 증상이 심각해질수록 간병하는 스머프할배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육체적 고통이 악화되고 있다. 위궤양으로 수술까지 받았지만 그는 ‘피투성이라도 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동아줄처럼 붙잡고 매일 기도하며 마음을 추스른다고 했다. 늙은 아들이 만들어준 요리를 맛있게 드시는 노모가 ‘영춘화가 야들야들 핀 봄날’에 그리운 남편을 만나러 가실 때까지 삼시 세끼를 요리해 드리는 것이 결국은 노모와 자신을 그리고 가족을 함께 살아가게 만든다는 그의 믿음이다. 그는 오늘도 밥상을 차리고 있다.

헤이북스 펴냄. 가격 1만3800원. 2016년 12월 5일 출간.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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