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산 군부대 폭발 원인은 폭음통 불법 처리…대대장·소대장 위험 알고도 가담

중앙일보 2016.12.14 16:32
14일 울산시청에서 정영호 육군 헌병대장이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 폭음통을 들어보이며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울산시청에서 정영호 육군 헌병대장이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 폭음통을 들어보이며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울산 북구 신현동 육군 제7765부대에서 병사 10명이 다친 폭발 사고는 해당 부대 탄약관(중사)이 폭음통을 불법처리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조사팀의 정영호 육군 헌병대장(중령)은 14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부대 탄약관이 지난 1일 남은 폭음통 1600개 가량을 해체해 화약을 사고현장의 땅바닥에 버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사고원인을 밝혔다.

사용하고 남은 폭음통을 상부에 보고하고 다음해로 이월해 사용해야 하는데도 마치 다 사용한 것처럼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뒤 불법처리해 사고를 낸 것이다. 임의로 폭음통을 해체하고 화약을 무단 투기한 것은 명백한 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군 조사팀의 설명이다.

군 조사팀은 “땅에 남아있던 화약이 낙엽을 치우고 복귀하던 병사 손에 들린 갈퀴와 닿아 불이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고를 당한 병사들이 “폭발음과 함께 백색 섬광이 나면서 뜨거움과 충격을 느꼈다”고 한 진술과 일치한다. 앞서 2007년 경기도 모 부대에서 한 중사가 같은 방법으로 폭음통 10개를 분해하다 삽이 닿아 작업하던 원사가 부상한 사례가 있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난 울산 북구 신현동 육군 제7765부대 입구. 초소병들은 사진촬영을 제한하는 등 외부인을 경계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난 울산 북구 신현동 육군 제7765부대 입구. 초소병들은 사진촬영을 제한하는 등 외부인을 경계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길이 5㎝, 지름 1.5㎝ 정도의 폭음통은 예비군 훈련 때 수류탄 대용으로 사용한다. 폭음통 1개의 화약 양은 약 3g정도로 불을 붙이면 3~4초 후 터진다. 군 폭발물처리팀 관계자는 “저성능 화약이지만 폭음통 1600개의 화약이 한꺼번에 터질 경우 건물이 통째로 날아갈 위력이 있다”고 말했다.

군 조사결과 지난 9월 임관한 탄약관은 2016년 보급받은 1842개 폭음통 중 1600여 개가 남아 있자 상부 질책을 우려해 불법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탄약관은 이 같은 계획을 작전과장(소령)과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대대장은 “위험할 수 있으니 비 오는 날 여러 번에 나눠 처리하라”고 했을 뿐 불법처리를 승인했다.

이에 탄약관은 소대장에게 지원요청을 해 지난 1일 병사 4~5명에게 폭음통을 해체하고 안에 있던 화약을 예비군의 시가지 모의전투용 임시건물 옆 바닥에 버리도록 지시했다. 애초 임시건물 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사고 당일 해당 부대 측의 설명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고는 탄약관이 앞장서 불법처리를 주도하고, 상급자가 다수 가담해 보급받은 폭음통의 15%만 사용한 뒤 불법처리를 해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군이 예비군 관리부대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남은 폭음통을 소모하고 있지 않은 지 수사를 확대하는 이유다.

한편 이번 폭발사고로 병사 28명 가운데 10명이 부상을 입고 4개 민간병원과 국군부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안면부 화상과 발목 부상을 입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된 병사는 발목 접합 수술을 했지만 발가락 3개를 절단했다. 다른 병사들은 화상, 고막 파열 등의 입었다. 나머지 18명은 울산·부산의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복귀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