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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심귀가, 안전한 자전거길 필요” 서울 사는 외국인들 생활불편 개선 제안

중앙일보 2016.12.14 01:12 종합 23면 지면보기
7월에 열린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의 참석자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의 의견을 모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이 회의는 14일에도 열린다. [사진 신인섭 기자]

7월에 열린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의 참석자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의 의견을 모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이 회의는 14일에도 열린다. [사진 신인섭 기자]

서울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카롤리나 자사즈카(36·여)는 고국인 폴란드에서는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자전거 출퇴근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가 끊겨있고 자전거 도로를 지나는 차도 많아서다. 자사즈카는 “폴란드는 도심부 차량 속도가 시속 50㎞로 제한돼 있어 자전거 타기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선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독일에서 살 때 경험한 ‘파크앤라이드(Park & Ride)’ 정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도시 외곽 지하철역 등에 주차 관련 시설을 갖춰놓는 것을 말한다. 자가용을 타고 지하철역으로 온 다음 그 차를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도심 교통량을 줄일 수 있다. 자사즈카는 “한국판 파크앤라이드로 도심 차량과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시청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네차례 회의서 만든 제안 6건 발표
서울시 “다문화 정책에 반영 노력”

서울시가 외국인 거주민의 의견을 모아 이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가 그것이다. 외국인의 ‘새로운’ 시선을 서울시 발전에 활용하자는 취지다. 회의에는 23개국 출신 38명의 외국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 회의를 위해 최근 넉 달 새 두 차례 만나 의견을 모았다. ‘서울판 파크앤라이드’ 도입 등 새로운 생각 12건을 정리했고 이 중 6건을 발표하기로 했다.

외국인주민 대표들은 교통 여건과 관련한 불편함을 많이 호소했다. 터키에서 온 세파 필리즈(30)는 “가족과 살고 있는 서울 이태원동 거리를 거닐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와 차도가 명확하지 않은 도로에서 유치원 차량이 어린이를 태우고 내리는 동안에도 이를 기다리지 않고 추월하는 차량의 문제를 지적했다. 필리즈는 “횡단보도에서도 차가 지나가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베트남에서 온 원옥금(41·1998년 귀화)씨는 오후 10시 이후 ‘스카우트’ 두 명이 지하철역 출구나 버스정류장에서 여성을 기다렸다가 집까지 데려다 주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제도’를 외국인 여성은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씨는 “다산콜센터 외국어 서비스가 오후 7시에 끝나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은 서비스 신청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제안 중에서는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인의 편견’과 관련된 것도 있었다. 한 외국인주민 대표는 “아시아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다문화 자녀’라 부르는데 유럽·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 간 태어난 아이는 그냥 ‘아이’라고 부른다. 이런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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