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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가구용 높이조절 부품 국산화…특허 13개”

중앙일보 2016.12.14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장애 이긴 CEO ⑤·끝 박석곤 리엘 대표
‘유명가구 회사가 유럽 부품을 쓰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인가.’ 25년간 가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가구업체 ‘리엘’ 박석곤(53·사진) 대표는 의아했다. 시공 업체를 운영하며 숱한 가구를 보고 직접 설치도 해봤지만 대부분이 중국산 저가 부품을 사용하거나, 고급 제품에는 유럽산 부품을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견고함이 생명인 가구용 높이 조절 다리 부품이 특히 그랬다.


유럽산과 경쟁할 제품 직접 개발
“장애가 나태함의 핑계 돼선 안 돼”

이런 문제의식으로 박 대표는 2014년 9월에 리엘을 설립하고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섰다. 2년의 제품 개발 기간 동안 총 30여 차례 수정 보완을 거듭한 결과 올해 연말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자금 압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 기술력을 믿고 늦더라도 천천히 간다’는 믿음으로 견뎌왔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제품과 관련 13개의 특허를 취득한 상태다.

박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기존의 다리들이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한 것과 달리 금속 브라켓을 이용했다. 80㎏의 하중을 받는 상태에서도 가구 내부에서 드라이버나 렌치를 이용해 누구나 손쉽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출시 전부터 시제품을 사용해본 업계 관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4살 때 소아마비(지체장애 4급)를 앓아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 안정적인 걸음을 위해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려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한다. “자칫 장애가 핑계가 되고, 나태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시련이 찾아와도 오뚝이처럼 일어서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실제로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2008년 기능성 가구 제조업체를 차렸다가 큰 빚을 졌다. 박 대표는 “2억5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모두 날리고 빚도 1억원이나 지게 됐다”면서 “5년간 차근차근 갚아나가면서도 새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리엘의 제품이 개발되기까지는 맞춤형 창업지원사업(창업진흥원)과 시제품 제작지원사업(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이 있었다. 박 대표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아이디어가 있으면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이후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제품 개발의 계기가 ‘가구 부품의 국산화’이듯 박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가구의 기본이 되는 부품의 국산화가 우리 가구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본이 된다”면서 “가구 부품 제조 전문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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