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뉴의 춤이 끝나면 심석희가 달린다…피겨·쇼트트랙 다 품는 3시간 얼음마법

중앙일보 2016.12.14 00:51 종합 28면 지면보기
대한민국 스케이팅의 요람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첨단시설 갖춘 강릉 아이스아레나
점프 많은 피겨, 속도 빠른 쇼트트랙
적정 빙면 온도도 -4도, -7도로 달라
소치, 같은날 같은 경기장서 첫 개최
빙질 못 맞춰 선수들 잇달아 넘어져
강릉, 일반 링크용 냉각기 3대 설치
3시간 만에 마술같은 변신 예고

14일 문을 여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선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바로 이 곳에서 열린다.

2014년 6월 공사를 시작한 아이스아레나는 2년 6개월 만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관에 맞춰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다. 1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다. 내년 2월 16~19일에는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도 열린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두 대회를 통해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에 각각 최적화 된 환경을 만든다.
평창 올림픽에선 쇼트트랙과 피겨 일부 경기가 같은 날 열릴 전망이다. 성백유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아이스하키를 겨울올림픽의 꽃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쇼트트랙과 피겨의 인기가 더 높다. 두 종목이 같은 날 열리면 관중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빙상장에서 두 종목 경기를 치르는 건 평창이 처음은 아니다. 겨울 올림픽 원년인 1924년 샤모니(프랑스) 대회 이래 주로 아이스하키와 피겨가 한 경기장에서 열렸다. 92년 알베르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엔 주로 쇼트트랙과 피겨가 한 지붕 아래에서 열렸다. 그런데 쇼트트랙과 피겨를 같은 날 치르려면 빙판 환경이 달라야 한다. 점프가 많은 피겨는 빙질이 다소 부드러워야 한다. 반면 빠른 스피드와 급격한 코너링이 필요한 쇼트트랙은 딱딱한 얼음이 제격이다. 최적의 빙면 온도는 쇼트트랙이 영하 7도, 피겨가 영하 4도다.

2014년 소치(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쇼트트랙과 피겨가 같은 날 열렸다. 그러나 소치 조직위는 빙질 관리에 실패했다. 당시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에선 박승희(24·스포츠토토)가 500m 결승에서 두 차례 넘어졌다. 박승희는 “빙판 곳곳이 파였고, 빙질이 좋지 않았다. 추월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피겨 남자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하뉴 유즈루(22·일본)와 은메달의 패트릭 챈(26·캐나다)도 프리스케이팅 도중 넘어졌다.
그만큼 피겨와 쇼트트랙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피겨 경기가 끝나면 3시간 내에 쇼트트랙에 맞는 옷(빙판)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고기현 시설총괄 매니저는 “몇 시간 안에 빙질을 바꾸는 건 힘든 일이다. 레이스와 연기 종목은 사용하는 빙판 범위부터 다르다. 중계 카메라 위치, 펜스 장치와 부착물도 다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빙질이다. 배기태 아이스앤스포츠 기술이사는 “종목에 맞는 빙면온도를 맞추려면 하루 정도가 필요하다. 소치와는 반대로 평창에선 오전에 피겨, 오후에 쇼트트랙이 열린다. 얼음을 녹이는 것보다 얼리는 게 더 쉽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3시간 내에 빙면온도를 낮추기 위해 150RT(냉동톤)짜리 냉각기를 3대나 설치했다. 이는 일반 링크장 3개를 운영할 수 있는 용량이다.

피겨 경기를 오전에 치르는 건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의 요구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피겨를 오전에 치르면 14시간의 시차가 있는 미국 동부의 프라임타임에 맞출 수 있다.

3시간 만에 빙질을 바꾸는 건 마법에 가까운 일이다. 고기현 매니저는 “남은 1년 2개월 동안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변신 시나리오를 잘 만들 계획이다. 초 단위까지 계산해 수 만 번 리허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김지한 기자 psy0914@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