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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맨발 탈출 ‘인천 A양’은 지금도 집 밖에

중앙일보 2016.12.14 00:30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2015년 12월 12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한 골목. 비쩍 마른 11세 소녀가 수퍼마켓에 들어가 허겁지겁 과자를 먹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맨발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수상히 여긴 수퍼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세상을 경악하게 했던 ‘맨발 탈출 인천 A양’ 사건이었다.

A양을 학대한 친아버지(33)와 계모(37)는 이후 법원에서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친권도 상실했다. 갈 곳 잃은 A양은 인천의 한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져 지금도 집이 아닌 그곳에서 지낸다. 이 시설 관계자는 “(A양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경찰은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위해 전국의 미취학아동, 초·중 장기결석 실태를 대대적으로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부천에서 잇따라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과 여중생 미라 사건 등 묻힐 뻔한 엽기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났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동안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이웃의 아동학대를 적극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다행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6926건이던 아동학대 신고(의심 건수 포함)는 올 들어 11월 말까지 1만5339건으로 121.4%나 늘었다.

검찰도 아동학대 범죄에 살인죄가 적용 가능한 경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 정상적으로 돌아가기까지 세심하게 보살피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100곳에 상담원 1500명이 필요한데 현재는 전국 60곳에 900여 명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이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받은 아이들이 상처에서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관련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부모교육 사업은 시동도 걸지 못했다. 당초 여성가족부는 내년부터 부모교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 1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면서 26억7400만원만 편성됐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상임고문은 “부모교육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춰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에는 입양한 6세 딸을 학대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양부모가 적발됐고, 10월에는 생후 66일 된 아픈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붙잡혔다.

1년 전 인천 A양 사건 당시 들끓었던 분노가 식어가는 와중에 발생한 비극들이다.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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