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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 모델 이현이의 ‘볼라레’ “얼마나 맛있으면 나폴리 현지 인증서 받았을까”

중앙일보 2016.12.14 00:01 12면 지면보기
프로슈트(돼지 넙적다리를 염장·건조한 유럽식 햄)와 루꼴라를 듬뿍 얹은 ‘프로슈트 에 루꼴라’피자.

프로슈트(돼지 넙적다리를 염장·건조한 유럽식 햄)와 루꼴라를 듬뿍 얹은 ‘프로슈트 에 루꼴라’피자.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 갔을 때다. 나폴리에서 카프리로 가기 위해 배를 타려는데 문득 ‘나폴리에 왔으니 나폴리 피자는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역에서 택시를 잡아 택시 기사에게 여행책과 여러 블로그에서 나폴리 최고의 피자집으로 추천한 피자집 이름을 대고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내 또래로 보이는 택시 기사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나라면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에게 추천을 부탁하자 “나와 내 친구들은 여기만 간다”며 한 피자집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에 있는데다 화려하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오히려 내 기대는 커졌다. 현지인, 그것도 택시 기사가 추천하는 맛집이라니. 내가 꼭 가야 할 곳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 피자집은 정말로 아주 구석진 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택시 기사의 말을 확인시켜 주듯이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나폴리에서 먹는 나폴리 피자, 그것도 현지인이 추천한 맛집이라니. 그 환상적인 맛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런데 이런 기가 막힌 맛의 피자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맛볼 수 있다.

바로 서래마을 ‘볼라레’다. 이곳은 정통 나폴리 피자 장인이 인증을 받은 정두원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솔직히 이곳 피자를 맛보기 전에 사장을 먼저 만났다. 잘생기고 키도 큰 데다 성격까지 좋아 오히려 살짝 걱정이 됐다. 피자 장인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멀끔하게 생겨서 피자를 제대로 만들지 편견이 들 정도였다. 사실 지인이 내게 그를 소개해 준 건 당시 내가 서래마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식업 왕초보였던 내게 조언도 좀 구하고 이웃(?)간에 잘 지내보라는 의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이웃이지 코앞에 같은 업종의 경쟁자가 한 집 더 들어온다는데 좋을 리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볼라레 사장은 조언도 많이 해주고 심지어 내 가게에 자주 찾아와 매상도 꽤 올려줬다.

가게를 열기 전 서래마을에서 살아남는 집은 어느 정도인가 궁금해서 볼라레에 가봤다. 피자 장인이 직접 만들어주는 피자를 먹고 나니 “난 피자로는 안되겠다” 는 생각에 피자를 포기했다. 볼라레의 피자 맛은 비법이나 요령으로 낼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진짜 제대로 된 역사와 기술, 그리고 이탈리아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나폴리 피자 맛 그대로였다. 이제야 고백하건데 가게를 운영할 때 몇 차례나 볼라레의 피자를 테이크아웃으로 사다가 직원들과 함께 먹었다. 맛있는데 어쩌나. 오랫동안 해외에서 모델 활동을 하면서 이탈리아를 자주 방문했는데 동네 어디에나 ‘핏쩨리아’가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같은 곳인데 당연히 피자가 주메뉴다. 그런 핏쩨리아에서 한 판씩 사 먹던 피자가 정말 맛있었기에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볼라레에서 그 맛을, 아니 그것보다 몇 십 배나 더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가 있어 먹을 때마다 감격한다.

볼라레 입구엔 나폴리 피자 장인에게만 주는 인증서가 붙어있다. 나폴리 현지에서 인증한 맛이니 얼마나 대단한 맛이겠나. 피자 한 판을 처음 한 입, 중간 한 입, 마지막 한 입까지 감탄하면서 먹을 수 있다. 이곳엔 특이한 식전 빵이 있다. 화덕에 구운 따끈따끈한 빵을 생 토마토소스와 함께 주는데 양이 상당히 많은데도 다 먹고 집에까지 싸가고 싶을 만큼 맛있다. 정통 까르보나라도 추천한다. 일반적인 크림 소스 까르보나라가 아닌 계란 노른자에 비벼먹는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다.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인테리어도 예쁘다. 입구 쪽 창가엔 허리춤까지 작은 인조 화단이 있고 홀 중앙엔 커다란 원목식탁이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묵직하게 잡아준다. 한쪽 벽 전체는 흑칠판으로 오늘의 메뉴나 추천 메뉴가 적혀있다. 또 하나, 유리로 된 와인셀러엔 연말 또는 특별한 저녁에 기분낼 수 있는 와인이 가득 들어있다. 아, 올 연말엔 남편과 볼라레에 가야겠다!
볼라레
주소: 서초구 반포동 107-2 (사평대로20길 8) 전화: 02-537-1100 영업시간: 오전11시30분~밤11시(명절휴무) 주차: 발렛가능 메뉴: 까르보나라(1만9000원) 마르게리타(2만8000원) 해산물링귀니(2만4000원) 드링크: 와인 26종(4만2000~4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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