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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의 책상] 한국외대부고 3학년 김재경양, 문제 해설 할 정도로 200% 학습…아이돌 사진으로 스트레스 해소

중앙일보 2016.12.14 00:01 Week& 2면 지면보기
6년 만의 ‘불수능’. 지난달 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평가다. 만점자 수십 명이 쏟아질 정도의 ‘쉬운 수능’이 이어지다 올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자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한층 높았다. 만점자도 크게 줄었다. 2015학년도 수능에 29명, 지난해엔 16명이던 만점자가 올해는 단 3명뿐이었다.

하루 4시간 자습, 아침엔 과학 제시문 분석
한 문제집 5~6번 반복해 풀며 완벽 공략
심리학 책 읽고 요가하며 마인드 컨트롤도

경기도 용인의 한국외대부고 3학년 김재경양이 그중 한 명이다. 인문계인 김양은 사회탐구 과목으로 법과정치,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이번 수능의 인문계열 만점자 2명 중 김양이 선택한 과목의 난도가 더 높아 표준점수로 치면 김양이 인문계 수석인 셈이다.김양은 “10월 모의고사에서 올해 치른 모든 시험 중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와 공부 양을 2배로 늘렸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불수능’ 속 만점을 받은 김양의 공부 방법을 들어봤다.
김재경양은 문제집을 과목당 2~3권 정도로 적게 보되 모르는 내용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반복한다. 다양한 색깔의 볼펜을 활용해 모르는 내용만 확인하는 것이 김양의 방법이다.

김재경양은 문제집을 과목당 2~3권 정도로 적게 보되 모르는 내용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반복한다. 다양한 색깔의 볼펜을 활용해 모르는 내용만 확인하는 것이 김양의 방법이다.

틀린 문제 명쾌하게 정리해야 다음 문제로
김양의 책상에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는 “이런 사진을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책상에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는 “이런 사진을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책상에는 아이돌 가수의 사진이 잔뜩 붙어 있다. 책상 한쪽에는 문제집 서너 권과 노트, 프린트한 종이들이 쌓여 있었다. 털털하고 평범해 보이는 이 책상 앞에 앉으면 김양은 완벽주의자로 돌변한다. “공부할 때 미심쩍은 부분이 나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그 부분을 계속 반복해 완벽하게 이해됐을 때 비로소 ‘공부했다’는 느낌이 들죠.”

여느 학생이라면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마치면 틀린 문제 위주로 복습한다. 김양의 방식은 다르다. 답을 맞힌 문제라도 보기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게 맞는 것 같다’는 식의 느낌을 믿지 않고 자신이 ‘답안과 해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명쾌하게 정리돼야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문제집을 적게 보는 것도 이런 습관 때문이다. 과목당 개론서 한 권, 기출문제 한 권이 기본이고 필요하면 기출문제집을 한 권 더 보는 정도다. 김양은 “모든 문제를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다 보니 많은 문제는 소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집 여러 권을 대충 푸는 것보다 적은 문제집을 최소한 대여섯 번씩 반복해 보며 전체적으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 아예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간 해당 영역만 매일 복습한다. 국어 영역의 과학 제시문은 지난 3월부터 수능 직전까지 반복해 봤다. 김양은 “인문 분야나 사회과학 제시문은 한번 읽고 나면 문제를 차례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데 과학 제시문은 정보가 많아 문제를 풀다 다시 제시문을 찾아 읽는 일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김양은 매일 아침 자습시간은 무조건 과학 제시문을 3~4개씩 읽고 분석한 뒤 문제를 푸는 연습을 했다. 김양은 “수능 직전에도 과학 제시문 기출 문제를 모아 점검했다. 이때 풀었던 문제를 전부 맞히자 자신감이 생겼다”도 말했다.

김양은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과목, 어떤 단원에도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특정 부분에 약점이 있으면 긴장감이 더 고조되고, 아는 문제까지 놓치게 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양은 “평소 200% 준비해야 시험장에서 100%를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형형색색 볼펜으로 복습 분량 표시
물샐틈없는 듯한 김양의 공부법을 듣다 보면 하루 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김양은 하루 자습시간은 4시간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침 자습 1시간과 방과 후 수업 뒤 자습실에서 하는 3시간 공부가 전부다.

김양의 문제집을 펼쳐보면 하늘색·초록색·검정·파랑 등 형형색색으로 표시한 흔적이 빼곡하다. 색깔볼펜을 활용한 공부법이 비교적 적은 공부 시간에도 ‘모르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만드는 김양의 노하우라고 한다. 처음 문제집을 보면서 모르는 내용은 하늘색으로 표시한다. 두 번째 볼 때는 하늘색으로 표시된 내용만 확인하다 미심쩍은 게 발견되면 초록색을 덧칠한다. 세 번째는 초록색 표시만 확인하다 파란색을 덧칠하는 식이다.

김양은 “이런 식으로 봐야 할 분량을 매번 줄여나가다 보면 5~6번째 볼 때는 복습할 내용이 아주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볼펜 색깔마다 순서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그는 “수능 직전에 최종적으로 봐야 할 내용만 주황색으로 통일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하고 있는 영자신문 스크랩.

친구와 함께 하고 있는 영자신문 스크랩.

철두철미한 공부법과 달리 학습 계획은 여유있게 짰다. 1주일치 계획을 한꺼번에 세웠고, 하루 공부하는 과목은 세 과목을 넘기지 않았다. 자습시간이 4시간이니 과목당 1시간20분씩 공부한 셈이다. 김양은 “계획은 여유 있게 세우는 대신 반드시 지키는 걸 좋아한다. 계획이 빡빡하면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하루라도 밀리면 아예 포기하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은 시험 기간 외엔 하루 7시간씩 푹 잤다고 한다. 수능 직전 한 달 동안에도 수면시간을 매일 6시간 이상 유지했다. 김양은 “한 시간 덜 자고 하루 종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보다 한두 시간 더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낫더라”라고 전했다.
 
수능 한 달 전, 학습량 2배로 늘려
김양이 수능 직전까지 애먹은 과목은 사회탐구다. 김양은 “국어·영어·수학은 낯선 문제가 나와도 원리를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다. 그런데 사회탐구는 미처 못 본 부분에서 출제되면 틀릴 수밖에 없어 막판까지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수능을 앞두고 자잘한 내용까지 신경을 쓰자 오히려 집중이 안 됐다. ‘아는 것만 확실하게 맞히고, 모르는 건 그냥 내려놓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김양에겐 주변의 시선도 부담이 됐다. 김양은 지난 6월·9월 모의평가에서도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학교 안팎에선 ‘예비 수능 만점자’라며 기대가 높았다. 부담감은 심리학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풀었다. 수능 전날까지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김양은 “책에 소개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등을 따라 해봤더니 실제로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수능 한 달 전 10월 모의고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양은 “9월 모의평가 이후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10월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 정신이 번쩍 났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때부터 공부 양을 2배로 늘렸다. 그는 “수능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낯선 환경과 예상보다 어려운 시험 문제로 당황했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충실히 공부했다. 자신을 믿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비 고3에겐 “정직하게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정직한 공부’의 뜻을 묻자 김양은 “내가 공부한 것은 아무리 긴장해도 다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져야 하고, 공부하지 않은 것은 맞힐 수 없다는 겸허한 자세도 가져야 한다. 그게 스스로에게 정직한 공부”라고 설명했다.

또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즐길거리도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김양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사진을 책상이나 사물함 등 곳곳에 붙여 놓은 것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고3 때도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고, 요가도 빠지지 않았다. 김양은 “이런 작은 즐거움들이 긴 수험생활을 버티게 하는 소중한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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