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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면세점 사업자 선정 불투명성 논란, 신뢰 구축이 먼저다

중앙일보 2016.12.14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3면 지면보기
면세점 사업자 선정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뜨거운 감자다. 논란의 핵심은 면세점 선정 방식의 변경이 적절한가, 평가와 선정 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개됐는가, 신규 사업자들의 경영 성과는 높은가 다.

불행하게도 이런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을 보면 몸통인 정부와 국회가 꼬리인 기업을 뒤흔든 격이었다. 무원칙한 정부, 면세산업과 시장의 특수성을 외면한 국회의 과도한 입법권 행사,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면세점 사업 로비·특혜 의혹까지 더해진 씁쓸한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

비극의 씨앗은 2013년 국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된 관세법 개정에서 시작됐다.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특허기간 만료 시 신규 사업자 선정과 다름없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15년 만에 2개 신규 사업자가 특허를 받은 데 이어 개정 관세법에 따라 11월에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SK가 특허를 빼앗기고 두산과 신세계가 신규 특허를 획득했다. 사업자 2곳이 문을 닫게 됨으로써 2200여 명이 넘는 직원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심사위원이 누군지, 어느 항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관세청을 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사업자 선정 이전 두산의 사전 내정설이 돌았는데 루머가 현실이 됐다. 지난 5월 동대문에 둥지를 튼 면세점 신흥기업 두산은 지난 3분기까지 5개월간 418억원의 매출과 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하루 평균 매출도 3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을 연 대기업 신규 면세점 중 최하위다. 특허를 뺏긴 롯데 월드타워점 매출은 지난해 6110억원, SK 워커힐면세점은 2870억원이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금도 당시 심사과정이 불공정했다고 믿는다. 면세점 관련 의혹을 해소하려면 심사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심사 불공정성에 대한 의혹은 7월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도 마찬가지다. 사전 선정 결과를 알고 있던 관세청 직원이 이를 외부의 누구에게 유출했는지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면세점은 내수산업이 아닌 수출산업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스위스 듀프리나 미국의 DFS와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싸움을 벌이는 산업이다. 독과점 규제의 선진국인 EU에서도 면세점은 경쟁시장의 지역적 범위를 특정 국가로 제한하지 않고 최소한 EU, 궁극적으로 세계시장으로 보고 있다. 해외 여행지의 면세점과 비교하는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독과점은 공정경쟁을 훼손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하지만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대기업의 특허를 빼앗아 다른 대기업에 면세점 특허를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기업을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으로 선정하는 프로세스다.

면세점을 특허제로 운영하면서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특허심사를 하며 사업자를 선정해왔던 정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허가 특혜로 왜곡돼서는 안된다. 정부가 시혜를 주듯 기업활동에 개입하고 기업을 길들이려는 접근 역시 시장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업자 선정 과정의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는 물론 국내 면세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신고제든 등록제든, 경매제든 면세점을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의 견인차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절실하다.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00만명, 이들이 주로 쇼핑을 하는 면세점 매출은 10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라고 한다. 수출이 20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관광이 경제의 새로운 활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관광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심사위원과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특정 기업이 왜 면세특허권을 획득했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특혜사업으로 인식되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선정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특혜 시비는 계속될 것이며, 현재의 면세점 선정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임 효 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서비스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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