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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 4회 수상' 호날두, '손흥민의 롤모델'이자 '지독한 노력파'

중앙일보 2016.12.13 17:2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가 개인통산 네 번째 발롱도르(Ballon d'Or)를 품에 안았다.

호날두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라이벌'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발롱도르는 한해 최고축구선수를 전 세계축구기자들의 투표로 선정한다. 호날두가 이 상을 받은 건 4번째(2008·2013·2014·2016)다.

호날두는 요한 크라위프, 마르코 판 바스턴(이상 네덜란드), 미셸 플라티니(프랑스·이상 3회 수상)를 제치고 최다 수상 2위에 올랐다. 메시가 보유한 최다 수상 기록(5회)에도 한 발 다가섰다. 호날두는 "첫 수상때처럼 감격스럽다. 또 꿈이 현실이 됐다. 발롱도르를 4차례 받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 수많은 열애설,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 사이에서 낳은 아들…. 호날두의 겉모습은 '축구는 잘하지만 사생활은 형편없는 바람둥이'다. 알고 보면 호날두는 축구실력과 외모, 인성을 두루 갖춘 완벽한 남자다. 호날두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축구스타 손흥민(24·토트넘)의 롤모델도 호날두다.

 


호날두는 1985년 포르투갈 본토에서 서남쪽으로 800㎞ 떨어진 마데이라 섬에서 태어났다. 하마터먼 세상 빛을 못 볼 뻔했다. 호날두의 모친 돌로레스가 2014년 7월 자서전 '어머니의 용기'를 통해 출생의 비밀을 밝혔다.

30살이던 1984년 여름 호날두를 임신한 돌로레스는 이미 자녀 3명을 키우고 있어 낙태를 결심했다. 의사의 만류에도 돌로레스는 따뜻한 맥주를 마시고 실신할 때까지 달리는 방법으로 유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1985년 2월 5일 호날두를 낳았다. 돌로레스는 "호날두가 '엄마가 지우려고 했던 내가 지금 우리 집안의 돈줄이야'라고 농담을 건넨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어릴 적 찢어지게 가난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 형은 마약 중독이었다. 어머니가 식당일로 번 월 70만원으로 생계를 꾸렸다. 비가 오는 날에는 콘크리트 집에 물이 샜다. 지금도 킨더 초콜릿을 중독 수준으로 좋아하는데, 어릴 적 돈이 없어 못 사먹은 한이 맺혀서다.

호날두에게 희망은 축구 뿐이었다. 공이 없으면 양말 뭉치와 빈 깡통을 찼다. 도로에서 드리블 연습을 하다 차가 오면 잠시 피하고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특유의 현란한 기술의 원천이다.

1997년 포르투갈 프로팀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에 입단한 호날두는 15세 때 부정맥(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는 증상)이 발견돼 축구를 그만둘 뻔 했다. 다행히 수술을 하고 완치 돼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었다. 그는 늘 새벽까지 홀로 남아 양발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드리블 연습을 했다.

호날두는 어릴 적 체구가 작아 별명이 '아벨리냐'(abelinha·포르투갈어로 작은 벌)였다. 현재 가슴 둘레는 1m9㎝에 달한다. 수퍼스타가 됐지만 거의 매일 훈련장에서 복근운동 3000회를 거르지 않았다. 스페인 스포츠지 '아스'는 호날두에게 '수퍼맨 크리스티아누'란 별명을 붙여줬다. 호날두가 롤모델인 손흥민은 기자에게 "메시는 타고난 천재 같다. 그러나 호날두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천재다. 나도 노력파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호날두는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경기에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눈에 띄어 1220만 파운드(약 199억원)에 맨유로 이적했다. 호날두는 데이비드 베컴(은퇴)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지만 개인 플레이로 일관해 비난 받았다.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2006년 독일 월드컵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맨유 동료였던 웨인 루니의 퇴장을 이끌어낸 뒤 윙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나홀로 드리블'에 열중하던 호날두가 팀 플레이에 녹아든 건 2008년 무렵부터다. 그는 현란한 드리블, 무회전 프리킥과 함께 팀을 앞세우는 성숙한 플레이를 펼쳤다. 호날두는 맨유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발롱도르를 받았다. 2009년에는 역대 최고 이적료인 8000만 파운드(약 1308억원)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2013-14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 발롱도르 수상자로 뽑혔다.

 


호날두는 올해 개인통산 네 번째 발롱도르를 받았다. 호날두는 지난 5월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볼프스부르크(독일)과의 8강 1차전에서 0-2로 패한 위기 상황에서 호날두는 8강 2차전에서 3골을 몰아치며 4강행을 이끌었다. 호날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결승에선 승부차기 5번째 마지막 키커로 나서 성공했다.

호날두는 6월엔 조국 포르투갈의 유로 2016 제패를 이끌었다. 개막 전까지만하더라도 포르투갈은 우승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헝가리와 3차전에서 2골-1도움을 올리며 16강행을 이끌었다. 4강전에선 1골-1도움을 올리며 '돌풍의 팀' 웨일스를 제압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프랑스와 결승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해 전반 25분 만에 교체아웃됐다. 호날두는 벤치에서 선수들과 한마음으로 뛰었다. 경기 막판에 호날두는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 뒤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호날두는 마치 감독으로 빙의한 것 같았다. 조국에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겼다.

2015년 개봉한 영화 '호날두'를 보면 호날두는 보통남자다. 아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주니어에 어떻게든 음료 한잔 더 먹이려는 아빠다. 효자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호날두가 12살 때 포르투갈 리스본에 홀로 보낸 걸 미안해하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이 독일에 패하자 걱정한다. 호날두는 어머니에게 "엄마 이건 그냥 게임이에요"라고 안심시킨다. 호날두는 라이벌 메시에 대해서도 "2013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주고 받았다. 메시가 부상과 가족 안부를 묻기도했다. 언론이 라이벌 관계를 만든 뒤 변했다"고 아쉬워한다.

어릴적 찢어지게 가난했던 호날두는 최근 1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스포츠스타가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호날두는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연봉 5600만달러와 상금·보너스 3200만 달러 등 총 8800만달러(약 1018억원)를 벌어들여 1위에 올랐다.

호날두는 기부에도 앞장선다. 2010년 고향인 마데이라섬에 폭우가 몰아쳐 40여명이 사망하자 비야레알과의 경기에서 '마데이라'가 적힌 언더셔츠를 펼쳐 보이는 애도 세리머니를 했다.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는 100억원 이상이다. 호날두는 문신을 하지 않는다. '문신을 한 뒤엔 1년 정도 헌혈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혈액원의 권고 때문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호날두 인스타그램,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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