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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사법적 정의

중앙일보 2016.12.13 17:04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사건을 맡고 있는 헌법재판소 공보담당 연구관이 "사또 재판은 할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조선시대 원님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며 죄인을 윽박지르는 식으론 재판을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이 있었던 2004년 3월에는 이런 말이 없었습니다.

헌재는 왜 그랬을까요.

광화문 광장의 촛불 민심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의결이 민심에 반한 것이었다면, 이번 탄핵 청구는 민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헌재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민심에 따르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그 절차와 방법이 만만치 않습니다. 탄핵심판은 형사사건 재판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사유와 이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항변을 듣고, 양측이 내세운 증인과 증거물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주 2회씩 집중심리를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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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로선 미리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사법적 정의를 세우는 것은 그만큼 인내가 필요합니다. 성질대로 하면 잘못한 사람들을 광화문 네거리로 불러내 족치고 싶겠지만 법치국가에선 이 또한 불법이지 않겠습니까. 비록 조바심이 나더라도 헌재의 사법적 심사과정을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마침 주식 대박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진씨가 넥슨으로부터 받은 주식 매입대금은 뇌물이 아니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했습니다. 120억원대의 주식 대박은 범죄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여러분들은 납득이 가십니까. 사법적 정의가 사법기교로 가려지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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