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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우(梨花雨) 흣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 시인 매창을 소설로?

중앙일보 2016.12.13 15:43
'이화우(梨花雨) 흣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괘라.'

황진이·허난설헌·신사임당과 함께 조선시대 4대 여성 시인으로 꼽히는 기생 매창(梅窓, 1573~1610)의 시조 '이화우'다. 시대의 이단아 허균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했던 매창의 일대기가 피가 돌고 향기 나는 소설로 복원됐다. 전북 익산 출신 소설가 최옥정(52)씨가 출간한 『매창』(예옥)이다. 지금까지 매창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없던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그의 시를 모두 모아 번역한 시집도 나와 있다.

작가 최씨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자가 연애소설처럼 흥미롭게 읽어 나가다가 결국 인간 매창의 존재를 알도록 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밝혔다. 역사소설은 역사소설이되 일종의 '연애 역사소설'이라는 얘기다.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되 에로틱 코드를 버무린 역사소설로 김별아의 장편 『미실』이 떠오른다. 최씨는 "『미실』처럼 표현 수위가 높지는 않다"고 밝혔다. 19금 수준은 아니라는 것.

소설은 매창이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멀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0여 년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다음 장면에서 채 스물도 되지 않은 매창이 평생의 사랑 유희경을 만나 단숨에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대목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최씨는 "매창은 20년 넘는 연상인 시인 유희경을 손님으로 처음 만나지만 곧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사랑에 빠진 여인이 으례 느끼기 마련인 순간순간의 소외감, 남자가 언제 자기를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 만남의 시간을 한없이 늘이고 싶은 마음 등 연애 심리를 생생하게 살리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런 소설적 장치를 통해 최씨가 노린 건 결국 인간 매창의 온전한 재현이다.

최씨는 "소설집필에 한계를 느껴 하나의 돌파구로써 한문을 공부하다 매창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허균에 관한 한문 자료에서 허균이 매창에 대해 짧게 언급한 대목을 읽게 됐다고 했다. 허균은 매창을 만나보니 소문보다는 덜 예뻤지만 역시 거문과 연주와 시 쓰기에 뛰어난 예인이었고 무엇보다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 여인이었다고 평했다고 한다.

최씨는 "명문가에서 태어난 엘리트이면서 『홍길동전』에 나타난 것처럼 이상사회를 꿈꿨던 천재 허균이 매창을 두고 함께 이야기할 만한 여성이라고 평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관련 자료를 섭렵했다.

최씨는 "매창은 연인 유희경에 대한 지조를 지키는 데만 매몰된 단순한 여인이 아니었다"고 했다. 허균과는 평생 순수한 애정을 나누지만 자신이 가진 전부를 쏟아부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살다간, 보다 풍부하게 읽혀야 하는 인간이라고 했다.

소설은 종이책 출간과 함께 포털 사이트 다음의 '7인의 작가전(7author.tistory.com)'과 중앙일보 홈페이지(joongang.joins.com)에서 내용 일부를 연재 중이다. 전체 분량의 3분 1 가량을 매주 월요일 연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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