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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8년 전과 비교해보니…

중앙일보 2016.12.13 11:00
2008년과 2016년. 한국인이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 자녀를 키우는 방식은 8년새 얼마나 바뀌었을까. 아들에겐 사회성, 딸에겐 외모와 성격을 기대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보다 자녀 중심으로 양육하는 흐름이 강해진 반면 경기 불황과 만혼(晩婚) 때문에 성인 자녀를 계속 품 안에 두는 부모도 대폭 증가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13일 육아선진화 포럼을 열고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20~50대 성인 남녀 1013명을 조사했으며, 응답자에는 미혼자와 자녀가 없는 기혼자도 포함됐다.

아들은 사회성 기대 ↑, 딸은 외모·성격 기대 ↑
학업 성적에 대한 기대감은 아들·딸 모두 줄어
부모의 경제적 지원 받는 '캥거루족' 증가

이번 연구는 자녀 양육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2008년 조사한 내용과 올해 동일하게 파악한 항목을 상호 비교했다. 그 결과 아들이 뛰어나길 바라는 점은 2008년 성격ㆍ태도(책임감, 성실성 등)가 33.5%로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사회성(대인관계, 리더십)이 1위(37.3%)에 올랐다. 8년새 ‘학업’에 대한 부모의 기대감도 확연히 줄었다. 2008년에는 아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기대한 부모가 21.8%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13%로 8.8%포인트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예체능적 자질(음악, 미술, 운동 등)이 뛰어나길 바라는 비율은 8년새 1.8%→4.1%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올해의 부모는 8년 전 부모와 비교해 아들이 사회적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잘 형성하고 리더십이 있길 바한다. 학업 능력도 중요하지만 예체능 등 다른 분야 능력도 뛰어나면 이를 개발하고 키워나가도록 도와주는 경향을 보인다.

딸에 대한 기대감도 8년간 변화가 있었다. 딸이 뛰어나길 바라는 점 1순위는 2008년이나 올해나 똑같이 ‘신체’(용모, 키, 몸매 등)였다. 다만 성격ㆍ태도에 대한 기대는 22.9%에서 31.2%로 급증했다. 딸의 외모만큼이나 책임감과 성실성 등 성격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었다는 의미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학업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6.1%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부모들은 8년 전보다 자녀를 조용히 돕는 데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는 자녀의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란 응답이 70.1%에서 72.9%로 늘어났다. 반면 부모는 자녀의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이란 응답은 29.9%에서 27.1%로 후퇴했다. 부모 중심 양육보다는 자녀 중심의 양육을 강조하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이같은 인식과 반대되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이른바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 젊은이)이 늘어난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하는 시기를 묻자 2008년에는 10명 중 6명(62.6%)이 ‘대학 졸업시까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는 절반 이하(49.3%)로 대폭 줄었다. 반면 ‘취업시까지’란 응답은 14.7%→23.6%, ‘결혼시까지’는 10.2%→12%, ‘결혼 후 안정될 때까지’는 0.6%→3.0%로 대폭 늘었다. 결혼 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 현재 실정을 반영한 셈이다. 2008년과 비교해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초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성인들이 늘어난 상황. 육아정책연구소는 앞으로 성인자녀의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높아지고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재 자녀 양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급할 때 돌봐줄 사람 찾기가 어렵다’(43.7%)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ㆍ어린이집 부족’, ‘개인 시간 부족’ 등이 꼽혔다. 육아 지원 정책 가운데 가장 필요한 것은 ‘비용 지원’이란 요구가 많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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