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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승부사' 황선홍 "'서울타카'로 신나는 축구를…"

중앙일보 2016.12.13 08:14
황선홍 FC서울 감독. 장진영 기자

황선홍 FC서울 감독. 장진영 기자

프로축구 FC서울 감독 황선홍(48)의 별명은 '기적의 승부사'다. 선수 시절 1994년 미국 월드컵 출전권을 극적으로 따내는데 앞장섰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감독이 된 뒤에도 그는 많은 역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2013년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포항은 울산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골로 뒤집기 우승을 이뤄냈다. 올해 6월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다시 한 번 K리그 최종전에서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서울은 지난달 6일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에서 전북을 1-0으로 꺾고 승점 3점 차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3일 열린 FA컵 결승에서도 교체 투입시킨 공격수 윤승원(21)이 후반 추가 시간 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 명승부를 이끌었다.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서울에 '아름다운 패자였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황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도 냉정해야 하고, 과정은 주도면밀해야 한다"면서 '기적의 승부사'로 거듭난 비결을 밝혔다. 그는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90분 경기지만 1분씩 쪼개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기에 다 맞을 순 없지만 실수를 줄이려 하면 중요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 장진영 기자

황선홍 FC서울 감독. 장진영 기자

황 감독은 지난 6월 FC서울을 떠난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현장에 7개월만에 복귀했다. 그는 독일,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혔다. 과거 포항 감독 시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짧은 패스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도르트문트(독일)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경기력도 돋보였지만 7만명 넘는 팬들이 한꺼번에 뛰면서 응원하는 걸 목격했다. 관중석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그 광경을 현장에서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황 감독이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을 관전하던 중 FC서울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서울의 제안에 고사했다. 그러나 고민해보니 새로운 동기부여가 축구인생에서 필요했다. 도전해볼 만 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1년 정도 쉬려했던 계획이 당겨졌다. 그래도 6개월 가량 쉰 기간이 내겐 열정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을 상대하기만 하다 수도권 구단 팀을 맡은 황 감독은 "선수들의 개성이 저마다 다르더라. 그래도 그 캐릭터들이 잘 결합해 뭉쳐지는 힘은 생각보다 더 강했다"고 했다.

시즌을 마친 황 감독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 팬들은 더 많은 걸 요구한다. 그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황 감독에겐 FC서울에서 이루고 싶은 두 가지 꿈이 있다. 황 감독은 "독일에는 바이에른 뮌헨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뛰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더라. FC서울을 뮌헨 같은 전통의 명문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어린 축구선수들이 FC서울의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주고 싶다. 그게 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포항 감독 시절 그는 짧은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 '스틸타카(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티키타카'와 '포항 스틸러스'의 합성어)'를 완성했다. 황 감독은 "신나는 축구를 해야 팬들이 운동장을 찾는다. 서울에선 '서울타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크게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를 길러내고 싶은 꿈도 있다. 황 감독은 소속팀에서 '아대박 트리오'라 불리는 공격 3각편대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을 데리고 있다. 황 감독은 "세 선수의 이름만 들어도 든든하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은 심각하다.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가 넣은 골은 하나도 없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진 한국축구 스트라이커 계보가 끊길 위기다.

선수 시절 A매치 103경기에서 50골을 터트린 황 감독은 이 얘기를 듣고 "정말 그런가"라고 되물은 뒤 "그건 심각한 문제다. 내가 나가서 뛸 수도 없고…"라며 안타까워했다. 황 감독은 "미드필드를 활용한 전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공격수가 없는 걸 한탄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공격수를 우선적으로 뽑으라고 구단에 요구한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젊은 공격수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구리=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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