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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부모 젊은 시절보다 더 버는 30세 51%뿐

중앙일보 2016.12.13 02:18 종합 4면 지면보기
“트럼프 승리의 진짜 이유는 분노(Anger)와 좌절(Frustration)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예전 중산층으로 살려면 직업이 3개는 필요할 겁니다.”

선진국, 30세 미만 저학력 소득감소 심각
금융위기 뒤 회복 느리고 자동화 확산 탓

지난달 한국을 찾은 마이클 오렌(61) 이스라엘 외교수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9~2013년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미국 전문가다.
 
미국에서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누구나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깨진 지 오래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연구팀은 현재 30세 미국인의 벌이와 이들 부모세대의 30세 시절 소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젊은 시절 부모보다 더 버는 30세 비율은 절반인 51%에 불과했다. 1970년대에는 10명 중 9명 이상이 부모보다 부유했다. 그런데 이 비율이 92년 58%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인도계 이민자의 아들인 연구팀의 라즈 체티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부모님이 미국을 선택한 것은 자식들은 당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겠다는 이유 하나였다”고 말했다. 체티 교수는 “일자리 감소로 중산층의 임금이 정체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부모보다 많이 버는 젊은이가 증가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한창 일할 나이인 25~54세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2014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뒤에서 세 번째로 낮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맥킨지&컴퍼니가 2014년을 기준으로 OECD 선진국 25개국의 가계 소득을 분석해 보니 무려 65~70%가 10년 전인 2005년보다 실질소득이 줄거나 정체됐다. 실질소득은 일자리에서 나오는 근로소득과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얻는 자본소득을 포함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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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젊고 교육 수준이 낮은 층이었다. 맥킨지에 따르면 프랑스·미국·이탈리아 국민 35만 명을 연령과 교육수준별로 나눠보니 30세 미만 가운데 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계층에서 소득 감소 현상이 심각했다. 젊은 세대의 소득 감소 원인으로 맥킨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느린 회복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을 꼽았다. 노동 생산성 하락은 자동화와 관련이 깊다. 맥킨지는 자동화 확산을 감안할 때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2005~2012년 수치 정도에 머문다면 근로자의 70~80%는 2025년까지 소득 감소나 정체를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체티 교수는 “아메리칸 드림의 가능성을 키우려면 소득 불균형을 줄이는 한편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이나 가난한 계층에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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