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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힘빠진 틈타…노동개혁 백지화하려는 양대노총

중앙일보 2016.12.13 02:12 종합 6면 지면보기
탄핵 가결 이후 국정에 튄 불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셋째)과 9개 국책연구기관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노동시장 전망 등을 점검했다. [뉴시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셋째)과 9개 국책연구기관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노동시장 전망 등을 점검했다. [뉴시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엉뚱한 구호가 나왔다. 내란(內亂)을 선동하고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주장하는 목소리였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외면했다.

“최순실 부역 노동개악”이라며
5개 노동법 개정안 등 무력화 시도
“이석기 석방하라” 정치 투쟁까지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나빠져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증가폭 둔화
“노동개혁 미루면 민생 팽개치는 것”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맞춰 노동계의 정치 투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지자 정치 투쟁을 통해 노동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는 기존 고용 정책 전체를 ‘최순실 부역에 따른 노동개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성과연봉제 강행을 반성하지 않으면 내각도 탄핵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책은 모두 포기하고 이기권 노동고용부 장관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개혁까지 최순실 사태와 연결하는 것은 정치 투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5개 노동법(근로기준법·산재보상법·고용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근로 시간 단축,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 고령자와 전문직에 대한 파견 허용 등의 내용이다. 권 교수는 “노동개혁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 고용시장에 대한 노사정의 공감대 속에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실행 방법에 견해차가 있을 뿐 이를 폐기하는 것은 민생을 팽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2일 국책연구원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포퓰리즘 정책을 제안했다. 모든 국민에게 매달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정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일부 야권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내세우려는 정책이다. 직능원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드는 재원을 180조원으로 추정했다. 이 돈은 “시민세(가계소득의 10%)와 토지세(종합토지세와 별개)를 신설하고,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 탄소세와 원자력 안전세를 부과해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강남훈 한신대 교수).
이승용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조세저항을 유발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국책연구원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11월 고용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증가율이 6년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경제성장률과 맞물려 꾸준히 증가한다. 그런데 지난달 증가율은 2.3%(28만3000명)에 그쳤다. 전년 같은 달(44만 명)에 비해선 40%가량 낮아졌다.

의류·제과 등 내수에 기대는 기업까지 채용문을 닫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자리가 부족해 생긴 실업률이 올해 1.6%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1.4%)보다 높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다못해 인턴 확대나 고용유지지원금을 동원한 일자리 보전 정책 같은 단기 처방이라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정부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11일에는 산하 기관장과, 12일에는 9개 국책연구기관장과 잇따라 긴급 고용전략회의를 열었지만 ‘노동개혁 5법’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임금체불 방지, 최저임금 준수, 산재 예방,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달라는 정도만 언급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새로 뭘 만들기보다 기존 정책을 챙기는 방식의 관리형 업무를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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