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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만난 랑랑 “원숭이처럼 연주 말고 사자처럼 당당하게”

중앙일보 2016.12.13 01:20 종합 22면 지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은 최근 피아노 연주 교재를 펴내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제작에도 참여했다. “음악 수업이 거의 사라진 나라들에서 음악을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아니스트 랑랑은 최근 피아노 연주 교재를 펴내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제작에도 참여했다. “음악 수업이 거의 사라진 나라들에서 음악을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9일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 객석에는 슈퍼주니어의 헨리가 앉아있었다. 무대에서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34)이 어린 피아니스트 100명과 연주 중이었다. 랑랑과 한 무대에서 연주하고 음악에 대해 배우기 위해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모인 7~18세 피아니스트들이었다. 헨리도 한 때는 랑랑의 ‘제자’였다. 이날 공연 뒤 랑랑은 인터뷰에서 “몇년 전 캐나다의 공개 레슨에 헨리가 꼬마 피아니스트로 참가해 나에게 배운 적이 있다. 오늘 찾아와서는 슈퍼주니어의 멤버가 됐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피아노를 배운 사람들의 재능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레이디 가가도 한 때 피아니스트였다”고 덧붙였다.

서울 온 수퍼스타 피아니스트
7~18세 100명에게 연주 레슨
“겸손하라 배우며 큰 아시아 학생들
그대로 밀고 나갈 자신감 가졌으면”

랑랑의 최근 행보가 새롭다. 그는 전세계 대형 공연장의 티켓을 가장 빨리 매진시키는 스타 피아니스트다. 런던의 로열알버트홀(5300석)도 48시간 만에 티켓이 동난다. 일류 지휘자들은 협연자로 즐겨 찾는다.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그를 두고 “무시무시하게 정확하게 연주하고 그러면서도 음악을 춤추게 한다”는 찬사를 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미국 백악관 연주 등으로 대중에게도 유명해졌고, 몽블랑·아우디·베르사체 같은 명품 브랜드가 그를 후원하다.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어린 피아니스트 100명과 한 무대에 오른 랑랑. ‘101 피아니스트’는 베를린·토론토·로스앤젤레스·로마 등에서도 열렸던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어린 피아니스트 100명과 한 무대에 오른 랑랑. ‘101 피아니스트’는 베를린·토론토·로스앤젤레스·로마 등에서도 열렸던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최근 랑랑의 관심은 교육에 맞춰진 듯하다.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어린 피아니스트들과 브람스·슈베르트를 함께 연주하고 레슨했다. “여기에서는 원숭이처럼 연주하면 안되고, 이렇게 사자처럼 당당하게 해야돼요!” 연주 스타일만큼 활발하고 저돌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2008년엔 랑랑 재단도 설립했다. 6~10세의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를 뽑아 레슨은 물론 재정 후원도 해주고 명문 음악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또 음악 교재도 펴냈다. 책을 보면서 피아노에 입문하고, 나중엔 연주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다.

수퍼스타 피아니스트는 왜 교육에 눈을 돌리게 됐을까. 그는 ‘제2의 랑랑’을 찾고 있는 걸까. 9일 인터뷰에서 그는 “나와 똑같은 피아니스트는 나오지 않아도, 훨씬 다양한 재능의 음악인이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아이들인가.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클래식 음악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마치 우리 할머니 같다! 난 우리 할머니를 좋아하지만(웃음), 저건 안된다, 이게 맞다는 식으로 너무 확고하다. 이렇게 가다는 10년 후에 청중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음악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
제2의 랑랑을 찾는 건가, 청중을 늘리기 위한 건가.
“내 재단에서 15명 정도의 아이들을 따로 뽑아 가르치고 있다. 피아노 뿐 아니라 작곡을 잘 하는 아이들이 많아 놀랍다. 클래식과 재즈를 동시에 잘 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실력으로 카네기홀, 로열알버트홀에서 이미 연주경험이 있는 아이들도 있다. 나와 똑같은 피아니스트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성을 가진 음악가들이 세계 음악계에 늘어날 것 같다.”
당신이 데뷔한 시대만 해도 경제가 지금처럼 어렵지 않고, 음악 시장도 괜찮은 성장을 해왔다.
“클래식 음악계는 대체로 너무 많은 불평을 한다. 내 스승 개리 그라프먼(88)도 ‘1960년대엔 비틀즈 때문에 클래식 음악계가 힘들었다’고 하더라.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만 정말로 나빠진 것은 학교에서의 음악 교육이다. 미국·유럽·아시아를 통털어 학교에서 음악 수업이 줄거나 사라졌다. 그 점이 안타까워 교육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리 재단은 그동안 220만 달러(약 25억 7990만원)를 모았다. 상황이 나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도전해야 한다.”
그런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
“사람들은 피아니스트가 그저 피아노만 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저 연주자가 어떤 사람인지, 개인의 성격이 음악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연관시켜보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기부·교육·환경운동 같은 모든 활동이 음악가의 성격을 완성시키는 패키지라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만 쳐서는 안된다.”
중국엔 당신처럼 성공하고 싶어하는 피아니스트 지망생이 수천명 있다고 들었다.
“아시아의 학생들은 언제나 겸손하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런데 음악가로서는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라고 하기 때문에 충돌이 온다. 나만 해도, 미국에서 공부한 후 중국에서는 아주 독특한 성격의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아시아 학생들은 자신의 음악이 맞다고 믿으면 있는 그대로 밀고 나가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는 10대에 중국에서 ‘콩쿠르의 제왕’이었다. 더이상 나갈 콩쿠르가 없었다. 미국으로 옮겨와서는 한계를 깨달았다. 콩쿠르 출전이 아닌 무대에서 실전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새로운 곡을 닥치는 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신에게 감사하게도, 나는 보통 악보를 한 번 보면 연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빨리 익힌다. 주요 협주곡 40곡을 완전히 익히는 게 목표였고 그 목표에 도달했다. 나같이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다면 둘이다. 일단 연습하라, 그 다음에 사명감을 가져라. 혼자 성공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공에도 관심을 가져야 진짜 성공할 수 있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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