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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넘버2 영국, 비결은 복권기금 3400억원

중앙일보 2016.12.13 01:03 종합 25면 지면보기
리모델링 한국 스포츠
③엘리트체육 꽃피운 영국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수영 남자 평영 100m 결승. 영국의 애덤 피티(22·영국)는 57초13의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영국 남자 수영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은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이었다. 젊은 수영 천재의 금메달 획득은 영국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영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27·은 23·동 17개로 미국(금 46)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1908년 런던 올림픽(금 56·종합 1위) 이후 최고의 성과였다.
스포츠정책 전문가인 런던대 버벡칼리지 리차드 타콘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영국인들이 리우 올림픽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3위(금 29)에 오른 뒤 엘리트 스포츠 예산을 줄이려고 했으나 국민들이 반대해 지원금이 오히려 늘어났다”며 “올림픽의 성공이 일반 시민들의 스포츠 참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생활체육에서 많은 인재가 나타나 다시 엘리트 스포츠의 성공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1996년 애틀랜타 금 1개 36위 수모
20년간 엘리트 지원금 70배로 늘려
국제대회 잇단 성과에 국민 호응
생활체육 인재 함께 늘어 선순환


영국 BBC는 피티의 금메달은 영국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14세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피티는 주변의 도움으로 대회참가 비용을 마련했다. 피티는 2012년 엘리트 체육 준정부기구인 UK스포츠로부터 연 1만5000파운드(약 2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피티가 올림픽 메달 후보가 되자 지원금은 연 2만8000파운드(4100만원)로 늘었다.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수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벤 아인슬리(39)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4개 대회 연속으로 요트 레이저급과 핀급에서 금메달 4개를 딴 영국의 스포츠 영웅이다. ‘경(Sir)’ 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끝난 뒤 정부로부터 연 2만 파운드(약 29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국가의 지원금이 없었다면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슬리가 말한 지원금은 국영 로또복권(National Lottery) 수익금의 일부다. 영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종합 36위(금 1)에 그쳤다. 사상 최악의 성적에 충격을 받은 영국 정부는 이듬해인 1997년 엘리트 체육 육성을 담당하는 UK스포츠를 설립한 뒤 복권 수익의 일부를 엘리트 스포츠 지원금으로 쓰기 시작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정우(런던대학교 경영학) 박사는 “UK스포츠 예산의 3분의1은 정부, 3분의2는 복권 수익금에서 나온다. 복권 수익금 중 25%는 공익사업에 쓰인다. 이 시스템 덕분에 영국은 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스포츠(장애인 체육 포함)에 대한 영국 정부의 지원액은 96년 500만 파운드(약 73억원)에서 2000년 5400만 파운드(약 794억원)로 열 배 이상 늘었다. 2012년엔 2억6400만 파운드(3882억원)로 늘어나더니 올해는 3억5000만 파운드(약 5146억원)까지 증가했다. 복권 수익금을 통한 지원만 약 3400억원인 셈이다. 영국 코벤트리대 브누와 세녹스 교수(스포츠경영학)는 “복권 기금은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인데, 많은 영국인들이 이런 시스템을 찬성하고 있다. 올림픽은 물론 패럴림픽에서도 영국이 좋은 성적(런던 3위·리우 2위)을 올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수영·조정·사이클 등 메달 가능성이 큰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경기단체에 주는 지원금을 삭감, 경기 단체 간 경쟁을 유도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영국이 올림픽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은 태릉선수촌 같은 훈련장을 따로 두지는 않는다. 한국처럼 메달리스트에게 연금을 주지도 않는다.

올림픽에서 성공을 거둔 영국은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은 스포팅 퓨처(Sporting Future)라는 새로운 스포츠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골자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 개인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향상시키고, 스포츠 산업 확대와 의료비 절감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이정우 박사는 “영국은 앞으로 단순히 올림픽 메달 수에 집착하진 않을 것이다. 스포팅 퓨처는 올림픽 종목이 아닌 스포츠에도 정부의 지원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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