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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37년 만에 이란 수출길 뚫었다

중앙일보 2016.12.13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미국 항공기의 이란 수출길이 뚫렸다. 보잉은 11일(현지시간) 이란항공에 보잉 항공기 8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거래 금액은 166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이란항공, 10년간 80대 계약
에어버스도 118대 구입 합의

이란에 대한 미국 항공기 수출길이 열린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파르하드 파르바레시 이란항공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해 보잉이 2018년 항공기 인도를 시작해 향후 10년에 걸쳐 총 80대를 이란에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96년 이란제재법(ISA)을 만들어 거래를 끊었다. 올 초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보잉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며 양국 간 거래 물꼬를 텄다.

이번 계약 체결 직후 보잉은 “이란과의 계약으로 미국 내 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15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보잉은 항공기 부품을 포함해 대부분의 생산기지를 미국에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잉이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의미를 부여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미국 내에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이전 계획이 있는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승인을 거쳐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보잉으로서는 트럼프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트럼프는 올 초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핵 협상으로) 미국이 내준 1500억 달러로 프랑스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사는데 미국은 아무것도 못 팔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 합의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NYT는 “보잉과 같은 수출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가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무역전쟁의 타깃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 이전 기업들이 미국으로 제품을 들여올 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중국과 이란·인도 등과의 무역전쟁을 촉발시키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란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란항공이 에어버스와도 곧 항공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올 초 오래된 여객기를 교체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400~500대에 달하는 항공기를 주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에어버스 항공기 118대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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