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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살 세계 최고령 은행도 휘청

중앙일보 2016.12.13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544년된 세계 최고(最古) 은행이자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가 사실상 구제금융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개헌안 부결 후폭풍
3위 은행 BMPS 구제금융 초읽기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MPS는 전날 밤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50억 유로(약 6조1700억원)를 긴급하게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유럽금융감독청(EBA)이 요구한 자본확충을 위해서다. 지난 7월 유럽금융감독청이 역내 61개 은행을 상대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꼴찌를 차지한 BMPS는 연말까지 50억 유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문을 닫게 된다.

BMPS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력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카타르 국부펀드로부터 최대 20억 유로의 투자를 받기로 했지만 지난 4일 개헌 국민투표 부결에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카타르 국부펀드는 새로운 정부의 윤곽이 나타나야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BMPS는 유럽중앙은행(ECB)에 내년 1월 20일까지 자본 확충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1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자본금으로 전환하고 외자 유치 등으로 급한 불을 끄려고 했지만 정치적 불안 탓에 쉽지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BMPS의 회생은 사실상 시장의 손을 떠났다. 도산을 피하기 위해 BMPS는 이탈리아 정부의 구제금융에 기댈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탈리아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설 경우 유럽금융당국이 정한 ‘채권자 손실부담(Bail-in)’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자 손실부담 원칙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민간 채권자도 손실을 떠안게 된다. FT는 “이 경우 개인 예금자 약 4만 명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이미 재정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BMPS 문제가 유로존 은행권 전반으로 퍼진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BMPS가 구제금융을 받는 것이 이탈리아 은행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알지브리스의 알베르토 갈로 포토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이탈리아에는 피자 전문점보다 은행 지점이 더 많다”며 “부실한 이탈리아 은행은 더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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