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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분할상환 늘려 가계대출 고삐 죈다

중앙일보 2016.12.13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미국발 금리인상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금리상승기에 대출자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고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금융위·금감원 합동 대책회의
금리인상, 집값 하락 동시 대비
“내년 고정금리 비중 45%로 상향”
들쑥날쑥 가산금리 체계도 개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빠른 만큼 질적 구조개선을 보다 가속화해야 한다”며 “내년도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 목표를 상향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금융위가 세운 내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율은 42.4%, 분할상환 방식은 50%였다. 이를 고정금리 45%, 분할상환 55%로 각각 상향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고정금리 대출은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금리인상기엔 소비자에 유리하다.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는 분할상환은 가계대출 총량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의 이자율은 변동금리 상품보다 0.5%포인트 가량 높다. 하지만 은행이 상향된 고정금리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 차이를 지금보다 줄일 가능성도 있다. 금리 상승세가 가속화된다고 전망한다면 기존 대출자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만 하다. 변동금리 대출자가 같은 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엔 대출받은 지 3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율을 높이는 건 금리인상뿐 아니라 주택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실장은 “주택가격의 변동에도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고정금리, 분할상환이 맞는 방향”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 비중을 70% 선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현장 점검’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날 진웅섭 금감원장은 “은행별 내년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제출 받아 점검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른 금융회사는 현장 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금감원이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잔금)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을 실시하자 시중은행이 집단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했던 사례도 있다. 은행권에선 실제 금감원이 현장점검에 나선다면 시중은행이 내년에 가계대출을 늘리긴 어려울 거라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그동안의 각종 규제가 시차를 두고 수치로 반영되는데다 금융당국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있다”며 “내년엔 은행의 집단대출이 많이 줄면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개선도 준비 중이다.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들쑥날쑥하고 산정기준이 주먹구구식이라 이를 모범규준을 통해 정비할 예정이다. 다만 이런 조치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금리를 조금 낮출 수는 있겠지만 시장금리는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당국은 가계대출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좀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할상환 대출
원금 또는 원리금(원금+이자)을 처음부터 매달 나눠 갚는 방식의 대출. 이자만 내다가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만기일시상환 대출에 비해 평소 상환부담은 크지만 총 이자부담액은 적다. 금융당국은 거치기간이 1년 이하면 분할상환 대출 실적으로 인정해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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