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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군요…조선·플랜트에 중동발 훈풍

중앙일보 2016.12.13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현대중공업 7억 달러 수주 성사 뒤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공식 방문한 지난 5월 테헤란 시내에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가 담긴 간판이 걸려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공식 방문한 지난 5월 테헤란 시내에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가 담긴 간판이 걸려있다. [중앙포토]

코끝에 살짝 닿는 정도의 온기지만 워낙 추웠던 터라 업계는 반색이다.

이란, 인프라 구축 활발 3년간 1조 발주 예상
유가 올라가면 중동 플랜트 프로젝트 재개될 듯
“두바이유 60달러 넘어서면 건설 물량 늘어날 것”

현대중공업이 이란 국영 해운사 이리슬(IRISL)로부터 7억 달러 상당의 선박 10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중동발 훈풍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기에 더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확정(10일)되면서 향후 유가가 오를 공산이 커졌다. 산유국과 관련 업계 동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국내외에서 차디찬 겨울을 보내고 있는 조선·중공업·건설업계가 중동발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다.

지난 1월 경제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은 30년간 인프라 구축을 중단해 왔다. 이란은 노후화된 시설을 교체하고 대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라 전 세계 기업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조선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이란에서 한국 조선사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자료: 클라크슨·한국투자증권·중동경제전문지 MEED

자료: 클라크슨·한국투자증권·중동경제전문지 MEED

현재 이란이 보유한 선박은 모두 175척이다. 이 중 20년 이상 된 선박은 43척, 10년 이상은 110척에 달한다. 20년 이상 된 선박만 교체해도 향후 3년간 1조원 이상의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발주가 예상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결론적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1조~3조원 규모의 선박 발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이란 국영 석유사가 발주한 5기 잭업 리그 협의를 놓고 한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잭업 리그는 100m 이하 낮은 바다에 설치하는 시추 설비다. 아직 협의 초기 단계지만 성사될 경우 예상 수주 금액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앞서 중견 조선업체인 삼강엠앤티는 이란 국영 조선소인 이소이코와 3억9880만 달러(약 4500억원) 규모 계약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규모는 아니지만 이 업체의 2년치 매출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업체는 앞으로 이란에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공급하고 조선소 야드 등 설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자료: 클라크슨·한국투자증권·중동경제전문지 MEED

자료: 클라크슨·한국투자증권·중동경제전문지 MEED

유가 상승에 따라 한동안 멈췄던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 재개도 기대된다. 외신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는 11일 밤부터 12일 오전 중 한때 배럴당 57.8달러까지 치솟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54.5달러를 기록해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이후 각각 56.6달러와 53.9달러로 떨어졌지만 10일 감산 합의 전과 비교해 4%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물론 당장 해양 플랜트 발주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통상 해양 플랜트는 기획에서 발주까지 2~3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신규 발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유가 시절엔 배럴당 75달러가 넘으면 해양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졌는데 최근엔 프로젝트 손익분기의 유가를 배럴당 40달러대로 낮춰 계산하고 있는 업체도 등장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한국 ‘빅3’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해양 플랜트 관련 시설 인도 지연 문제가 해결될지도 주목된다. 미국 셰브론은 현대중공업과 계약한 설비 1기의 계약 기간을 무기한 연기해 놓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도 미국 애트우드 오셔닉으로부터 2척의 드릴십 인도 연기 요청을 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부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FLNG) 인수 시점을 2018년에서 2020년으로 늦춘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건설사와 플랜트 제작사의 중동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2일 이집트 국영발전사인 UEEPC와 CEPC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터빈 발전과 발전기 공급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앞으로 UEEPC가 건설하는 아시우트 화력발전소와 CEPC가 건설하는 카이로 웨스트 화력발전소에 2020년 4월까지 650㎿급 터빈 및 발전기를 각각 1기씩 공급하고 설치·시운전까지 맡는다.

조성원 해외건설협회 부장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그동안 중동 산유국이 연기하거나 취소했던 건설 프로젝트 발주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저유가로 해외 사업이 부진했던 건설사엔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액은 240억 달러로 전년 동기(439억 달러)보다 45% 줄어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해외 수주 물량이 올해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부장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눈에 띄게 발주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선·김성희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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