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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신현림의 매혹적인 시와 사진 이야기 #4. 청춘은 주저 없이 가는 거야 (2)

중앙일보 2016.12.13 00:01

- 라이언 맥긴리
- 볼프강 틸만스

 

다시 청춘에 대해 말해보자. 청춘은 청춘이라 아프고, 나이 들면 아프고 슬퍼도 티 낼 수도 없다. 그래도 아픔을 통해 지혜를 얻었다면 축복이다. 청춘과 지혜를 모두 가진 자는 대박 인생이다. 청춘의 그 원초적인 본능과 충동에 몰입하는 사진. 지금 나는 우연한 순간의 극치를 보여주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을 보는 중이다. 나는 영국에서 라이언 맥긴리 사진집을 영국에서 사게 되었다. 맨 처음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을 보자마자 ‘이게 누구야?’하고 나는 외쳤다. 이보다 더 자유로운 황홀경이 있을까. 묻고 싶을 정도였다. 이때 만에도 막 알려지기 시작한 청년이었다. 겁 없는 청춘의 모습이 경이롭기도 했다. 감탄하면서 청춘에 대해 생각했다. 청춘에 대한 사무엘 울만의 시를 되뇌어봤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한다.
청춘이란 장밋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와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이 주름진다.

 
얼마나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시인지 모른다. 이 시 내용은 맞다. 나이 들어도 열정이 곧 청춘이고, 노력하는 자만이 청춘을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사막과 들판에서 폭포 아래서 터널 속에서 알몸으로 뒹굴고 뛰어보는 청춘사진들. 한국에서 감히 시도할만한 젊은 작가가 과연 있을까. 이런 작업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미국 땅이 부럽기도 했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해야 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취업에 매달려 낭만도 사랑에도 접어야 하는 현실에서 과연 저런 청춘의 자유와 열정과 뜨거운 발산이 가당키나 할까. 한국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여성들에게 다음 얘길 많이 듣는다.
 
“결혼보다 연애가 더 힘들어요.”
 
연애조차도 자유롭지 않다. 접고 사는 이들도 많다. 시간도 없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두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도 무서운 일도 많고, 혼자에 익숙해져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래서 라이언 맥긴리 사진이 충격과 부러움이 컸는지 모른다.
 
라이언 맥긴리 전시회에서 나는 청춘의 알몸을 제대로 보았다. 그들은 자유로웠고 발랄했고 유쾌하였다. 그것이 설령 작가의 카메라 앞에서 연출된 몸짓들이라 하여도 내게는 스스럼없이 생기발랄하고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몸을 도구로 사유를 해야 하는 철학적 담론을 생성하지 않아도 되는 이 전시는 보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주 시원했다. 나에게는 맥긴리보다 독일의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를 먼저 꼽긴 한다.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1968년, 독일 출생)의 사진들. 고뇌와 고독감이 진하고, 청춘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그의 미감이 내 가슴을 울린다. 내 취향에 깃든다.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어떤 쓸쓸한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물기가 여린 가슴을 적신다.

나는 스스로를 정치적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나의 미에 대한 생각과 내가 살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는 사회적 환경, 즉 클럽, 베를린의 러브 퍼레이드, 런던의 유럽 동성애자의 날 행사, 뮌헨의 프로테스탄트 집회 등에서의 젊은이들 사진들을 찍어서 1990년대 초부터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동세대의 기록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도적인 기록은 아니라고 그는 부정한다. 미적인 감성의 번득임이나 수수께끼 같은 내용들이 그렇다. 항상 선배들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니 마음 준비하며 가장 진보적인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 청춘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휘날렸다.
 

다시 라이언 맥긴리에게로 돌아가 보자. 파슨스 다니던 시절 처음 만든 포트폴리오로 최연소 나이로 세계 최대의 미술관인 휘트니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카메라를 자동모드로 해놓고 사진 찍었다. ‘에디팅’은 해도 ‘리터치는 안 했다. 스타일은 철저히 준비한 후 자유로운 의식의 열림, 그때그때 따라 터져 나오는 즉흥성을 중요시했다. 라이언 맥긴리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영감과 자극을 받았다.
 
“나는 반짝이는 무비스타가 아니다. 지금 내게 온 것들은 끊임없이 내가 노력한 결과다. 나는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 질지 생각지 않는다. 내가 꿈꾸고 남기고 싶은 모습을 담을 뿐이다. 내 이미지가 즐겁기를 바란다. 우울한 사진에 관심이 없다. 내 사진처럼 내 삶도 와일드하고 흥미진진하여 자서전적인 것 같지만 그저 내 사진은 판타지 라이프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맥긴리 사진을 보며 좀 우울해졌다. 나의 청춘, 많은 이들의 청춘은 이렇게 내키는 대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너무나 미국적이고, 어떤 면에서 생의 웅숭깊은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 웅숭깊은 맛은 우리 인생의 깊은 안쪽, 우울함을 꿰뚫고 가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이런 사진작가가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없다,라고 단언한다. 여성은 더더욱 어렵다. 작업은 작업으로 봐야 하는데, 작업보다 사생활 쪽으로 몰고 가서 깊은 상처를 만들 위험이 크다. 문화 자체가 참 다르다. 그래도 용감한 누군가가 나오길 나는 바란다. 아방가르드한 정신으로 터져가는 청춘이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생의 절정 빛나는 판타지한 순간을 잡아내는 맥긴리와 생의 절정 그 배경인 어둡고 우울한 신비 쪽을 찍는 JH 잉스트롬을 생각하다, 문득 우체국 아저씨가 노크하는 것 같아 귀를 기울였다. 혹시 꽃보다 남자를 담은 소포가 오지 않았나 하고,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작가소개
시인. 사진가. 미대 디자인과 수학, 국문학과와 디자인대학원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로 다양한 매니아층이 있다.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를 냈다.
영상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신현림의 미술에서 읽은 시』
힐링에세이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서른, 나에게로 돌아간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세계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1, 2권 『사랑은 시처럼 온다』 등
동시집으로 초등 교과서에 동시가 실린 『초코파이 자전거』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세계 명화와 뛰노는 동시 놀이터』와
역서로는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 『Love That Dog』 등이 있다.
 
사진가로 사진가로는 낯설고,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삶의 관점을 보여준 첫 전시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전 이래 사과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성찰'을 펼쳐, 세 번째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으로 2012년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한국 대표 작가 4명중에 선정된 바 있다. 4번째 사진전 <사과여행>사진집은 일본 교토 게이분샤 서점과 갤러리에 채택되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사과, 날다- 사과여행 #2>전을 열고, 사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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