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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ufo 촬영 도전기

중앙일보 2016.12.12 00:02
이번엔 황당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지금껏 사진기자로 살며 가장 당혹스러웠던 일 중 하나입니다.
2004년 3월입니다.
취재기자인 선배가 UFO를 사진으로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습니다.
그냥 농담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취재기자가 정색을 하고 다시 말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가 UFO인데 사진으로 찍어줘.”
“아니 UFO를 어떻게 찍어요?”

사실 실체가 없는 기획 취재의 사진 요청은 늘 곤란합니다.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 짜내 이미지 사진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도 저도 안될 땐 그림 이미지로 대신하기도 하죠.
그런데 취재기자가 정색을 하고 UFO를 찍어달라고 하니 난감했습니다.

“UFO를 찍는 방법이 있다더라구.”
“세상에 그런 방법이 어디 있어요?”
“서종한 UFO 조사분석센터 소장이 알려준 방법인데 ‘존 브로(John Bro)방식’으로 UFO를 찍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

'존 브로(John Bro)방식’,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UFO연구와 분석의 전문가로 알려진 서종한 소장이 알려준 방법이라고 하니 솔깃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정말로 그런 방식이 있었습니다.
‘존 브로(John Bro)방식’은 미국의 민간 UFO연구가인 존 브로가 처음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태양의 코로나 주변 방향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촬영하면 비행 중인 UFO를 촬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양 주변에서 유독 UFO가 많이 목격됐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촬영한 결과물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을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심정으로 일단 한번 시도나 해보기로 했습니다.

2004년 3월 27일, 쾌청하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회사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존 브로 방식대로 촬영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높이 약 2.5m의 사진 조명용 삼각대 4개를 설치하고 그 위에 차양막을 쳤습니다.
그리고 600㎜, 400㎜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카메라 하나는 제가 맡고, 나머지는 동료인 변선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이날 서종한 소장도 함께였습니다.
먼저 서 소장이 걱정을 했습니다.
“태양 주변에만 구름이 잔뜩 껴있네요. 구름이 있으면 관측이 안될텐데요.”
난감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을 정도로 태양 주변이 맑은 날만 촬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적어도 구름보다 멀리 있는 물체를 찍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설치는 끝난 상황이니 별 도리 없었습니다.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이때가 오후 1시 30분쯤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변 기자와 저는 카메라 렌즈로 태양의 코로나 주변을 눈 빠지게 응시했습니다.
오후 1시50분. 렌즈로 통해 뭔가 획 지나가는 느낌이라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뭔가 보기는 한 것 같은데 자신이 없었습니다.

오후 2시20분. 변 기자의 셔터소리가 터졌습니다.
변 기자도 저와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뭔가 하얀 게 위로 흭 지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3분후, 두 대의 카메라 셔터가 동시에 터졌습니다.
태양 우측 밑에서 위쪽으로 급상승하는 흰색의 물체를 보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동시에 셔터를 누른 변 기자도 똑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때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서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것도 망원 렌즈를 장착한 채였습니다.
그런데도 동시에 셔터를 눌렀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적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먼지, 새, 날벌레가 지나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2시 55분, 또다시 둘 다 동시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지금껏 봤던 것 중에 가장 큰 하얀색의 물체였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물체라곤 하지만 35mm필름 상에서 1mm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이후로도 두어 번 찍었습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 같은 것들 이었지만 찍기는 찍었습니다.

그 다음날도 둘은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1700mm 렌즈까지 준비했습니다.
전날 찍혔던 게 너무 작아 더 큰 망원렌즈로 찍을 요량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름이 너무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지켜보다가 내려와야 했습니다.
더 이상의 소득이 없이 촬영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둘이 동시에 찍은 물체의 필름을 스캔했습니다.
찍힌 것들 중에 2시 55분에 동시에 셔터를 누른 것이 가장 크게 찍힌 것이었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원반 형의 쌀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정밀 판독을 위해 취재기자가 연속촬영으로 찍힌 그것들과 이날 함께 촬영한 동영상을 각계 전문가에게 보냈습니다.
전문가들로부터 온 답은 이랬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김봉규 박사- "김포공항에서 뜨는 비행기는 아니다. 상승 각도가 가파르고 속도가 비행기보다 훨씬 빠르다. 결론적으로 이 비행체의 정체를 알 수 없다. 김포공항이 중앙일보에서 20㎞쯤 떨어졌다고 가정할 때, 만일 사진에 잡힌 게 비행기였다면 시속 1만㎞가 나온다. 그건 불가능하다. 또 400㎜ 렌즈라면 비행기의 형체가 잡혔을 것인데 비행기의 형체가 아니다. 비행기는 아니고 위성이라면 크기가 1㎞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말이 안 된다. "

대한항공 비행기 조종사- "비행 도중 가끔 보는 혜성도 아니고 일반 비행기나 전투기도 아닌 것 같다. 마하 3 이상으로 비행이 가능한 고공정찰기(SR-71)·무인비행물체·저궤도 인공위성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경희대 위성추적연구팀- "저궤도 위성일 가능성이 있다. 움직임이 미국 항공우주국의 과학위성인 SERT2의 궤도와 거의 같다. 그러나 위성이 이렇게 밝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노출시간 2000분의1 ~ 4000분의 1초라면 위성은 사진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주로 밤에 관측해서 낮에 실제 촬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낮에도 60분의 1초는 돼야 나온다고 한다."

이 사진과 판독결과가 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날의 결과나 판독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취재기자의 요청에 응답한 것 외에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제가 본 것은 순식간에 휙 지나간 좁쌀만한 그 무엇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UFO일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후 필름을 보관함에 넣고는 지금껏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이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약을 했습니다.
당선이 되면 UFO의 진실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그 공약을 보고 2004년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필름을 찾아 보았습니다.
도통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관함에 분명 넣어 둔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그 필름을 찾았습니다.
필름 보관함이 아닌 락앤락 용기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 용기는 나중에 볼 일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필름들을 아무렇게나 넣어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넣어두었지만 보관상태가 처음 그대로 인 듯 양호했습니다.
밀폐된 용기가 12년의 세월을 그대로 존재케 했나 봅니다.

다시 그 필름들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의아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찍힌 것이 먼지, 새, 인공위성, 비행기이거나 그 무엇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물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광에서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면 다 알 겁니다.
역광에서는 모든 물체가 어둡게 찍힙니다.
대부분 새카맣게 찍힐 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얗게 찍힌 물체였습니다.
셔터스피드 4000분의 1초, 조리개 F8의 조건에서 하얗게 찍힌 겁니다.
태양의 코로나가 배경인 상태에서 하얗게 찍힌 물체, 이는 적어도 태양의 코로나 보다 밝은 물체라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체 중에 코로나 보다 밝은 물체는 무엇일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서종한 소장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한국UFO조사분석센터의 홈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그곳을 살펴보니 그는 여전했습니다.
사실 그는 국내 최고의 UFO전문가입니다.
1979년부터 UFO조사연구를 해오고 있으니 37년째인 겝니다.
UFO와 관련된 뉴스나 인터뷰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어김없이 그가 등장합니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UFO를 촬영한 일반인들도 그에게 분석을 의뢰합니다.
37년째 UFO를 추적해 온 셈이니 UFO분석의 최고 전문가라 인정을 받는 겁니다.
그 홈페이지엔 그의 전화번호가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만 천하에 전화번호를 공개한 이유도 뻔합니다.
언제든 UFO와 관련 제보를 받으려는 취지일겁니다.

바로 서 소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12년 만이었습니다.
서 소장은 12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12년전의 이야기를 묻고 그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둘 요량이었습니다.
그가 스튜디오로 왔습니다.
12년만에 만나 대뜸 물었습니다.
“지금도 UFO가 있다고 확신하십니까? “
“그럼요. 당연하죠.”
“그날 우리가 존 브로 방식으로 찍은 물체가 UFO라고도 확신 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반인들도 그 방식으로 찍을 수 있습니까?”
“세가지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찍을 수 있습니다.
첫째, 아주 맑은 날 이어야 합니다. 둘째, 삼각대에 카메라나 캠코더를 설치하고 차양막아래서 태양의 코로나 부분을 촬영하는 겁니다. 셋째, 자외선 제거 필터가 렌즈에 장착되어 있어야 합니다.”
“소장님 죄송합니다만 저는 아직도 그날 제가 찍은 것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을뿐더러 UFO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UFO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전 세계 각국 정부에서 경쟁적으로 UFO 기밀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를 위시해서 영국, 브라질, 덴마크, 스웨덴, 캐나다, 핀란드, 뉴질랜드 등이 각종 UFO 관련 기밀자료들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또한 UFO에 관한 폐쇄정책을 일관해온 미국이 정보기관인 CIA를 통해 올해 초 홈페이지에 상당량의 기밀문서들을 전격 공개했죠. 이젠 UFO문제가 개인 차원의 흥미를 넘어서 국가적 차원의 관심대상으로 격상된 게 현실입니다.“

서소장이 사진을 찍고 돌아가며 그가 최근에 출간한 책을 한 권 건넸습니다.
’UFO 콘택트’란 책이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두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동안 그가 모으고 연구한 UFO관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책을 건넨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미심쩍어 하지만 말고 책이라도 한번 보고 이야기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그 책엔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UFO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서 소장은 책에서 ‘UFO의 실체는 아직 공식적으로 미확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정을 하던 안 하던,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도 UFO라 불리는 미확인 비행물체는 어디선가에서 날아다니고 누군가에 의해 목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뒷담화를 준비하며 2004년 함께 사진을 찍은 변선구 기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날 우리가 함께 찍은 게 과연 무엇일까?”
“글쎄요. 말 그대로 미확인 아니겠습니까!”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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