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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2월 대선 선호, 반기문은 4월이면 해볼 만

중앙선데이 2016.12.11 01:22 509호 4면 지면보기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 본관과 관저 등이 보인다. 김상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9일 탄핵소추안 통과는 차분하면서 질서 있게 이뤄졌다. 하지만 탄핵이 정치권에 몰고 올 후폭풍의 규모는 예단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에 들어감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은 헌재의 손에 맡겨졌다. 조기대선은 불가피해졌지만 얼마나 앞당겨지느냐에 따라 ‘잠룡’마다 유불리가 엇갈릴 것이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헌재가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준비 기간에 후보들 간의 이합집산도 연말 연초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의 ‘간판’을 잃은 새누리당은 ‘누가 당의 주인이냐’를 놓고 친박계와 비주류 간 사생결단이 불가피해졌다. 중앙SUNDAY가 ‘포스트 탄핵’ 정국을 전망해 봤다.


[4월 벚꽃대선이냐, 8월 땡볕대선이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헌재로 넘어가면서 조기대선 정국이 개막됐다. 헌재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31일을 넘기지 않으면 대선은 60일 이내인 내년 3월에 가능하다. 박 소장에 이어 3월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고려해 2월 결정을 하면 4월 대선이 유력해진다. 국회의원 78%(300명 중 234명)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가 된 이상 ‘인용’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헌재가 재판관 7명만 남더라도 180일의 심판 기간을 소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검사 출신인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순실 국정 농단은 형사사건인 데다 여러 관계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인용 결정을 내릴 땐 ‘기각’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전망을 내놨다. 그럴 경우 5월 말~6월 초에 헌재 결정이 내려지고 7월 말~ 8월 초에 대선이 치러진다. 가능성은 작지만 박 대통령이 곧바로 하야를 결정하면 2월 대선까지도 가능하다.


헌재 결정 시기의 불확실성에 마음이 급한 사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9일 탄핵 직후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은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과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결단이 필요하다. 불안한 상황과 국가 리더십의 부재를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며 즉각 하야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내년 2월이라도 대선을 하겠다는 뜻이다.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20%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공동 1위를 기록한 문 전 대표로선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 전에 대세를 확정 짓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매머드급 싱크탱크와 민주당 내 친위세력, 친문 중심의 당 지도부까지 이미 대선캠프 진용을 갖춰 속도전이 가장 승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주말 필요 없이 날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집중적으로 심리해 박한철 소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헌재에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조기대선의 또 다른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이번 탄핵정국에서 문 전 대표의 턱밑까지 위협하는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한국갤럽 조사 지지율 18%로 한 달 만에 10%포인트나 지지율이 올랐다. 리서치뷰가 9일 발표한 ‘탄핵정국에 가장 바람직하게 대처한 대권잠룡’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은 28.4%를 기록, 2위인 문 전 대표(14.6%)를 2배 앞질렀다. 반 총장(10.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5%)-유승민 새누리당 의원(5.1%)이 뒤를 이었다.


이 시장은 9일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부당한 기득권을 제압하고 민주공화국 헌법이 합의한 공정하고 균등한 합리적인 나라를 만드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저항이 따를 것”이라며 “이를 이기고 돌파하려면 (나와 같은) 장수형·돌파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선) 재선거가 되면 (대선 실시) 사유 확정 후 30일 안에 그만두지 않으면 후보 등록이 불가능하다.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선 출마를 위한 시장직 사퇴도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와 당내 경선을 피해 탈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는 “이 시장이 탈당한 뒤 문 전 대표와 1대 1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수 있다. 대등한 경선으로 단일화에 성공하면 양쪽으로 분산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0일 문 전 대표 출신지인 부산시당을 방문해 “다가오는 대선에 예비후보자로 도전해 경선에서 고품격 경쟁구도를 만들어 심판받겠다. ‘친문(親文)’ 동지 여러분도 열린 마음으로 저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총장으로선 박 대통령 자진 사퇴로 2월 대선이 치러지면 몸을 일으킬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대신 4월 대선이라면 반 총장에게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두세 달이면 문 전 대표의 당선을 꺼리는 범보수 유권자들이 반 총장을 대안으로 결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검증 기간이 길수록 반 총장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일찍 선거를 치르는 것이 유리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탄핵에 대한 입장 발표]
반 총장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인 9일(현지시간) 유엔 대변인을 통해 “한국 국민들이 통합과 회복력, 민주 제도와 원칙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국 헌법기관들의 성숙함과 힘을 믿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박 대통령 탄핵소추로 반 총장이 새누리당 주류 친박계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대신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와 손을 잡거나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반 총장 측근 인사들이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물밑 접촉에 나선 정황도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과 민주당 친문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과 후보 단일화를 목표로 연대하는 시나리오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 연대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탄핵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가 지적될 수밖에 없다”며 “대선후보들이 개헌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9일 개헌 관련 세미나에서 “개헌은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다시 동력을 얻기 어렵다”며 현 시점이 적기(適期)라고 주장했다.


제3지대론의 성공 여부는 안철수 전 대표가 합류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개헌 세력들은 안 전 대표 지지율이 이재명 시장에게 밀려 한 자릿수대(한국갤럽 8%)로 추락한 지금이 안 전 대표를 끌어들일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이끄는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탄핵정국에서 지지도가 하락한 안 전 대표 역시 개헌을 통해 공동정권을 만드는 흐름에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 본인은 중도 색깔을 분명히 하고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 독자 대선 승리를 노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탄핵 이후 처음 열린 10일 7차 촛불집회에는 불참한 대신 전주를 찾아 안철수식 강연정치로 복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지지세가 ‘20% 박스권’에 갇힌 데다 새누리당은 대선후보가 없지 않으냐”며 “조기대선을 치르더라도 안 전 대표에게 여전히 중도·보수층의 대안으로 부상할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 12일 의원총회 기싸움 예고]
박 대통령 탄핵으로 새누리당은 존재의 기반을 잃었다. 새누리당 자체가 박 대통령이 2012년 2월 비대위원장으로 한나라당 당명을 바꿔 사실상 재창당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을 치르려면 기존 당을 재창당하는 방식이든 외부 세력이 신당을 만든 후 합병하는 방식이든 보수 혁신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데 친박과 비박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보수 신당 후보로 반 총장을 영입해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후보들과 경선으로 대선주자를 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최경환 의원과 반대표를 던진 56명, 백지 기권한 2명 등 친박계 59명 의원들이 순순히 당권을 내주고 비주류에 운명을 맡길 것인가다. 이정현 대표는 당장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즉시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 약속한) 12월 21일 전에 물러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당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후임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친박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대위 구성은 주류(친박), 비주류를 통틀어 논의하는 게 좋다”며 탄핵 이전 비주류에 비대위원장 선정 권한을 주겠다던 입장을 바꿨다. 친박 지도부가 끝내 당권을 사수한다면 ‘이들과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비주류 인사들이 집단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10일 “월요일(12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노골적인 비난과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비주류 측은 11일 비상시국위원회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12일 친박계가 장악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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