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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 우상호 “환호·박수 말라”

중앙일보 2016.12.10 01:43 종합 4면 지면보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방청석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방청석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국회 본회의장이 9일 오후 4시 싸늘한 침묵에 휩싸였다. 국회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를 마친 뒤 표를 세는 개표기의 ‘드르르르’ 소리만이 장내를 울렸다. 의원들은 침을 삼키며 개표기를 응시했다.

차분했던 국회 탄핵안 처리 67분
비박 “인증샷” 휴대폰 들고 기표소로
감표하던 채이배 2·3·4 손가락 신호
박지원은 “와우” 주먹 들어올리기도

고함과 몸싸움,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던 12년 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오후 4시9분. 감표위원인 채이배 의원이 방청석 쪽을 향해 찬성표 수를 의미하는 ‘2’ ‘3’ ‘4’를 한번씩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신호를 보냈다. 의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7분이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같은 날 본회의장에서 찬성 234표를 뜻하는 손짓으로 개표 상황을 전해 주고 있는 모습. [뉴시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같은 날 본회의장에서 찬성 234표를 뜻하는 손짓으로 개표 상황을 전해 주고 있는 모습. [뉴시스]

그제야 방청석의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께 “대한민국 만세” “감사합니다. 국회의원 여러분”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그 속엔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외침도 섞여 있었다. 이날 방청석엔 세월호 유족 40명이 앉아 표결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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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머리를 감쌌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 핵심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한동안 미동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정현 대표는 아무 말 없이 빠른 걸음으로 당 대표실로 향했다.
 
 

정 의장은 “더 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을 주도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본회의장을 나오며 “마음이 무겁고 참담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조용히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한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투표 결과를 듣고 “와우”라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 [뉴시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투표 결과를 듣고 “와우”라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 [뉴시스]

야당 의원들은 환호하거나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도만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와우!”라고 함성을 지르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옆 사람, 앞 사람과 대화하지 말라”며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기를 띠게 된다”고 ‘표정관리’를 요구했다. 그는 “만약 가결돼도 환호성을 지르거나 박수 치지도 말아야 한다”며 “(표결이) 끝나고 나올 때도 기자들과 말을 섞지 말라”고도 했다.

국민의당도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마지막 표단속에 나섰다. 안철수 전 대표는 “(표결 때까지) 간절한 마음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는 전날 밤부터 국회의사당 안에서 잠자리를 펴고 1박2일 농성을 벌이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표결이 시작되자 뒤늦게 본회의장을 찾았다. 이때 연로한 방청객 한 명이 “박 대통령 부역자 서청원 의원은 소감을 말해보라”고 야유했다. 표결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던 정진석 원내대표도 “창피한 줄 알라”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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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투표가 시작되자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유일한 투표 불참자로 기록됐다.

의원들의 투표 모습은 국회 직원들이 가림막으로 철저히 가렸다. 탄핵 가·부 내용을 취재진이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상당수는 자신이 가부를 써놓은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인증샷’을 찍기로 하고 휴대전화를 들고 기표소로 들어갔다.

글=이충형·최선욱·이지상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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