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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위법행위 명백…노무현 탄핵 사건과 다르다”

중앙일보 2016.12.10 01:22 종합 12면 지면보기
9일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뒤 국민의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당기를 펼치고 있다. 정문 앞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주기중 기자]

9일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뒤 국민의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당기를 펼치고 있다. 정문 앞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주기중 기자]

“이번 탄핵 사태에서 보수와 진보가 어디 있겠소.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오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헌법재판관·연구관 출신 9명 전망
8명 탄핵 인용 예상, 1명 판단 유보
“당시 탄핵은 정치인들의 셈법
국민적 공분 있던 사안 아니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론이 절정에 달한 지난 8일 새벽, A재판관이 집에서 부인에게 한 말이다. 남편과 동료 헌재 재판관들을 보수와 진보로 나눠 탄핵 심판의 결론을 점치는 기사를 읽고 부인이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라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고 한다.

9일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의결하면서 논의의 중심 무대가 헌재로 옮겨졌다. 헌재는 국회의 의결이 발표된 오후 4시9분부터 헌법·국회법·헌법재판소법상 관련 절차에 따라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심판 심리 절차에 돌입했다.

중앙일보는 탄핵 표결이 있기 전인 8일과 9일 오전까지 조대현·김종대 변호사 등 전직 헌법재판관 3명과 전직 헌법연구관 6명 등 총 9명에게 향후 탄핵심판 사건의 전망을 물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6명이 ‘인용’, 2명은 ‘뇌물 혐의 확정 시 인용’, 1명은 ‘판단 유보’라는 답을 내놓았다. 9명 중 5명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은 성격부터 다르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통령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명백하고, 헌법재판관들의 법과 양심은 민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조대현 전 재판관은 “재벌 총수를 만나 돈을 내도록 한 것은 뇌물 혐의 적용 여부를 떠나 통치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국민 81%가 탄핵에 찬성하는 만큼 재판관들도 (이를) 판단하기 쉽다”고 말했다. 김종대 전 재판관은 “매주 100만 명 이상이 참석한 촛불 민심을 지도자들이 겸허히 받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헌법 국가”라며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참여했던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탄핵은 정치인들의 셈법이었을 뿐 전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사안은 아니다”며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번 사건은 재판관들이 심리 과정에서 (결론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연구관들은 공히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에 더해 뇌물죄까지 추가로 인정되면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돼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공소사실 그대로 인정되면 파면하기에 충분한 위법행위”라고 했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박 대통령은 연설문 유출 외에는 제기된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어 헌재가 탄핵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박 대통령의 범죄 행위를 특정하는 사실상의 형사재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희범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 역시 “박 대통령이 탄핵 소추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만큼 사실 인정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헌재가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종대 전 재판관은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와 박 대통령을 재판의 당사자로 동등하게 대우하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는지를 하나하나 판단하는 증거조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심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를 기다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대 교수도 “2004년에는 소추 사실에 대해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1심 선고조차 확정되지 않아 여러 난제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정진우·김나한·서준석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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