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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가결] "끝이 아니라 시작" 세월호 유가족 동행기

중앙일보 2016.12.09 20:16
“가 234표, 부 56표.” 9일 오후 4시13분, 정세균 국회의장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투표 결과 발표에 국회 방청석에 있던 전인숙(44)씨가 벌떡 일어났다.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전씨와 함께 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지 969일째인 이날, 유가족들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노란 현수막을 높게 펴든 채 방청석을 빠져나왔다.

세월호 희생자 고(故) 임경빈(당시 단원고 2학년 4반)군의 어머니 전씨를 오전 11시30분에 경기도 안산시의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만났다. 그는 969일간 지녀온 낡은 등산 가방을 메고 전세 버스에 올랐다. 가방엔 손 글씨로 ‘경빈아 사랑해’, ‘가을바람에 너의 향기 실어다 주렴’이라고 쓴 동그란 배지가 붙어있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 80여 명과 함께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현장을 직접 보러 여의도 국회로 향했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에 맞춰 노란 티셔츠와 점퍼를 입었다. 몇몇 유가족은 가슴에 묻은 자식의 학생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버스 출발 뒤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전씨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4월 16일은 내 생일이에요. 경빈이가 수학여행 떠나면서 ‘엄마, 선물 뭐 사올까?’ 하길래 ‘열쇠고리는 안 된다’며 웃으며 보냈었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날 밤 11시에 경빈이 시신을 봤습니다. 모든 게 원망스러웠어요.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없어져서 ‘시신 발견 안 된 아이들도 많은데, 왜 넌 이렇게 빨리 나왔니’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돌이켜보니 경빈이가 효자였구나 싶어요. 나중에 다시 만나면 ‘엄마 생일이니까, 오래 걱정하지 말라고 빨리 나와줬구나. 고맙다’고 말하려고요."

전씨는 지난 2년8개월을 떠올렸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2주기 집회 땐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맞았다. 검은 전투복을 입은 경찰 앞에 맨몸의 유가족은 무력했다. 전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국가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국민 생명’이라는 상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탄핵안에는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7시간’도 포함됐다. 행적이 명확하지 않은 박 대통령의 7시간은 특검 수사에서도 규명해야할 부분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진실과 배후 세력이 낱낱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겁니다.” 전씨는 안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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