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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이끈 광장 정신

중앙선데이 2016.12.09 16:39
? VIP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결국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오늘(12월9일)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가결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헌법재판소마저 탄핵 결정을 내리게 되면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첫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영욕(榮辱)의 18년,박근혜 시대는 이렇게 저물고 있습니다.? 그의 등장은 극적이었습니다. 1997년 이회창 후보의 패배로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보수 진영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 가슴 한켠에 아련하게 남아있던 '박정희 향수'를 파고들며 박정희를 다시 역사의 전면으로 불러내는데 성공했고,마침내 18년간의 은둔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됩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한 절망과 좌절,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큰 영애'의 등장은 박정희 시대의 번영을 되가져다줄 희망으로 받아들여졌고, 찬란한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란 꿈을 꾸게 했습니다. 그에게 첫번째 금배지를 안겨준 98년 대구 달성의 보궐선거는 그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우뚝서게 한 '아레나'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마크맨'으로 현장을 취재했던 저의 눈에 비친 경이로운 광경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그는 영웅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고 손끝이라도 한번 잡아보려는 필부필부들의 필사적인 행렬에 옴쭉달싹할 수 없어 진땀을 뺐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마저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먼발치서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곤 했지요. 어떤 정치인이 이런 열광적인 팬 그룹을 가질 수 있을까요? '박근혜'는 그 이름만으로 파워 정치인으로 등극했고,한차례 좌절을 겪긴 했지만 마침내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의 권좌에 오르게 됩니다.?? 정계입문으로부터 18년,등장 만큼이나 비극적인 퇴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국민 81%가 탄핵에 동조하고,박 대통령의 정치적 본거지인 대구·경북에서조차 69%가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한국갤럽)가 민의를 웅변합니다. 오늘의 탄핵은 '국민의 명령'에 떠밀려 국회가 대리 집행한 데 불과합니다. 허약한 여의도 리더십은 독자적인 정치 일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 폭풍처럼 밀려온 '촛불 민심'이란 호랑이등에 올라탔을 뿐입니다.? ? 박 대통령은 국민이 투표로 위임한 공화(共和)의 가치와 임무를 부정하고 스스로 왕정의 굴레 속으로 걸어들어가 왕으로 군림하다 몰락을 자초했습니다.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명제를 경시한 그의 실책은 너무도 중대했기에,국민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반세기 넘게 민주주의 실현과 정착을 위해 피흘려온 주권자들로서는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관들을 돌아보며 "대면보고가 필요하세요?"라고 묻던 '천진난만한'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한 국민들의 뜻을 끝내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울 뿐입니다. ? 하지만 위임했던 주권을 되돌려받는 과정에서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광장의 민주성과 시민성을 재발견한 것입니다. 200만명 이상이 운집하면서도 폭력이나 사고 없이 질서정연하고 정중하게 주권의 회수를 요구한 시민들의 절제와 애국심은 한국 사회에 미래가 있음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장 안에선 좌우 이념대결도,진영논리도 발붙이지 못했습니다.세대도,계층도,지역도,성별도 뛰어넘은 채 모두 하나가 됐을 뿐입니다. 세계가 놀란 한국인들의 위대한 시민의식은 광장 정신의 발원이며,역설적이게도 '박근혜 18년'이 남긴 유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 국회의 탄핵 결정으로 두달 가까이 계속돼온 혼란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우리 앞엔 엄청난 과제와 도전이 놓여 있습니다.'박근혜의 실패'를 넘어 공화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또한 불공정·불평등·불안 사회가 위험사회로 내닫지 않도록 제도적 수렴을 하는게 필요합니다. 광장 정신의 초심으로 돌아가 절제된 시민의식을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겠습니다.



? #탄핵,그 이후? 이번주 중앙SUNDAY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이후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들을 점검해보겠습니다. 당장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된 황교안 국무총리의 주말 행보를 밀착 취재하는 한편 시급한 국정 현안,특히 민생 과제와 외교 현안에 대한 정책 기조등을 집중 조명합니다.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총리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행정공백을 메워갔지만 이번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역사 국정 교과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같이 워낙 논쟁적인 정책이 많았던데다 연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같은 민감한 이슈가 적지 않아 갈등을 조율해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또한 향후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정치 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 전망과 변수를 꼼꼼히 따져보겠습니다. ?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권의 시계가 더 빨라졌습니다. 문재인·안철수·이재명·안희정·손학규등 야권 주자들의 이해 득실과 연대를 둘러싼 물밑 움직임,본격적인 당 해체 논쟁에 접어든 새누리당의 세력 투쟁 양상과 전망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 #촛불 집회는 상처입은 시민의 자기치유적 과정? 내일(10일)은 주말 촛불집회 7주째가 됩니다. 지난주 최고 232만명을 기록한 촛불 집회의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촛불 집회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지 분석해봤습니다. 국내에 그릿(GRIT)과 레질리언스(Resilience) 개념을 처음 소개한 교수와 전문가들의 학술적 분석 기법을 동원해 촛불 집회 현상을 심리과학적 측면에서 해석해보려는 시도입니다. 그릿은 실패에 굴하지 않으려는 의지를,레질리언스는 상처를 이겨내고 성숙함을 이끌어내는 회복 탄력성을 통칭해 부르는 용어입니다. 촛불 집회는 결국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시민들이 스스로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자가 치유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분석인데,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 #한국사회 자본주의 진로 논쟁(하)?? 20대 국회에는 모두 17개의 상법 개정안이 올라와있습니다. 이중 어떤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자본주의가 가는 길을 가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정안의 대다수는 대기업의 지배구조,승계 문제,주주 대표소송 완화와 근로자 사외이사제도등 '한국형 오너 경영'의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장치들입니다. 가뜩이나 대기업 오너 경영과 정경유착에 대한 여론이 따갑습니다. 지난주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 불공정·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수준높고 건강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열려야겠습니다. 지난주(12월4-5일자)에 보도한 '외환위기,그 후 19년…자본주의 진로 논쟁(상) ' 기사를 곁들여 읽으면 더욱 유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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