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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궤도 비행한 첫 미국 우주인 존 글렌 사망

중앙일보 2016.12.09 15:18
최고령 우주비행사, 美상원의원 존 글렌. [중앙포토]

존 글렌. [중앙포토]

미국인 최초로 지구 궤도를 비행한 우주인 출신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립대 부속 웩스너의료센터에서 별세했다. 95세. 오하이오주립대 측은 글렌이 지난주부터 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이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글렌은 미 해병대 전투기 비행사를 거쳐 항공우주국(NASA) 최초의 우주인에 선발됐다가 은퇴 후 정계에 진출해 24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는 등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냈다.

1921년 오하이오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난 글렌은 머스킹엄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던 중 물리학 수업 학점을 받기 위해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41년 일본군이 진주만 미군기지를 공격하면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게 되자 대학을 그만두고 미 해군 비행단 간부 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했다. 이후 해병대로 옮겨 65년 대령으로 제대할 때까지 해병대에서 근무했다.

글렌은 한국전쟁에도 참전해 63개의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압록강에서 전투기 3개를 격추하는 등의 공로로 7개의 훈장을 수상했다. 글렌의 한국전쟁 당시 활약상은 전투기에 203개의 구멍이 뚫릴 정도로 격렬한 포화 속에서도 살아 돌아온 일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57년에는 처음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부터 뉴욕까지 3시간 23분 8.4초간 직항으로 초음속 비행하는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조종사로서 기량이 출중했다.

해병대에 복무 중이던 글렌은 NASA 창설 1년 뒤인 59년 미국 정부의 우주 진출 프로그램 '머큐리 7'에 참여할 미국 최초의 우주인 7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발됐다. 62년 2월 20일 우주선을 타고 4시간 55분 23초간 지구를 세 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미국인으로서는 첫 번째,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세운 기록이었다. 글렌은 64년 NASA에서 은퇴했지만, 98년 77세의 나이로 우주왕복선에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하며 세계 최고령 우주인으로 기록됐다.

이후 글렌은 정계에 진출해 74년부터 97년까지 고향인 오하이오 주에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4선을 지냈다. 84년과 88년에는 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글렌의 타계로 우리나라는 우상을 잃었다"며 "존은 우리를 화성과 그 너머 우주로 이끌 과학자, 엔지니어, 우주비행사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추모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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