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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기환, 이영복이 준 45억 지인 통해 돈 세탁 의혹

중앙일보 2016.12.09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현기환(左), 이영복(右)

현기환(左), 이영복(右)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엘시티 시행사 실질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에게서 받은 45억원을 자금세탁하려 한 단서를 잡은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뮤지컬 제작자 출신 시행사 대표
“급전 부탁한 건설업자 얘기 했더니
현씨가 주겠다 해 수표 받아 전달
자금 세탁 통로로 날 이용한 듯”

검찰은 또 이 회장의 비자금 705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100억원 안팎의 용처를 광범위하게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달 말 자금추적이 마무리되면 관련자들의 엘시티 사업 과정에 오간 비자금 규모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8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서 받은 45억원에 대해 이 회장과 ‘뮤지컬 대부’로 알려진 S씨 간의 돈거래를 알선한 것으로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일축하고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주변인과 거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부산시 남구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 시행사 대표인 S씨(뮤지컬 대부)를 참고인으로 여러 차례 소환해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자금세탁에 이용된 문현금융단지 사업은 부지 1만2000㎡에 지상 49층과 36층짜리 건물 2개 동의 복합건물을 짓는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S씨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 전 수석의 돈 45억원을 제3자인 건설업을 하는 A회장에게 빌려주는데 (나는) 중간 소개자였을 뿐”이라며 자신의 연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찰 수사를 받고 보니 현 전 수석이 나를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S씨와의 일문일답.
자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데.
“올 7월이었다. 건설업을 하는 A 회장으로부터 ‘돈이 급하다. 빌릴 데가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그걸 현 수석에게 얘기했더니 자기가 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현 전 수석에게 수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그걸 A 회장에게 건넸을 뿐이다.”
봉투엔 얼마가 들어 있었나.
“10억짜리 수표 4장과 1억짜리 수표 5장 등 45억원이었다. 그 수표가 이영복 회장의 돈이었다는 건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
그래도 45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왜 중간에서 연결했는지 궁금하다.
“현 전 수석과 A회장이 서로 잘 모르니 내가 중간에서 보증을 선다고 표현해야 할까. 나도 조금 미심쩍었지만 둘 다 믿을 만한 사람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현 전 수석이 자금세탁을 하려고 나를 유통경로로 이용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 전 수석과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
“6~7년전쯤 소개 받았는데, 동갑내기라 친구처럼 지냈다. 그때 현 전 수석은 국회의원도 아니었다. 청와대에 들어가선 아예 연락도 안 했다. 현 전 수석은 나에게는 없는, 남자다운 스타일이라 호감이 들었다. 난 정치엔 전혀 관심 없다.”
문현금융단지 사업에 현 전 수석이 도움을 줬나.
“돈을 주지도 않았고, 특혜를 받지도 않았다. 45억원이 오고 간 7월엔 이미 분양을 다 끝내 사업이 잘 진행될 때라 누구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검찰 특수부는 정말 싹싹 털더라. 나는 검찰에 들어가 첫날 10시간, 둘째 날 18시간이나 강도 높게 조사받았다. 내 계좌는 물론 우리 집과 사무실도 몽땅 압수수색 당했다. 그렇게 털렸는데도 전혀 나온 게 없다. 난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이다.”
뮤지컬 제작자였는데 어떻게 건설 시행까지 하게 됐나.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면 일반적으로 문화시설이 들어가야 한다.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공연장을 건립한다고 해서 처음엔 컨설팅을 해줬다. 뮤지컬 제작해 봤자 요즘 재미 못 본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시행까지 이어지게 됐다. 직함은 대표이지만 내 지분은 17%뿐이다. 유림E&C가 51%를 갖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최민우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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