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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추가 담화 없이 침묵 이어가

중앙일보 2016.12.09 02:20 종합 2면 지면보기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까진 아니더라도 수석비서관회의라도 소집해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박 대통령의 ‘깊은 침묵’은 똑같은 처지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극명히 대조된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결과와 재신임을 연계하겠다”며 탄핵안을 제출한 야당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심지어 “좋은 학교 나와 크게 성공한 분(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노건평씨)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을 줬다”는 발언으로 회견 직후에 남 전 사장이 자살하는 일까지 터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탄핵을 망설이던 한나라당 소장파까지 탄핵 대열에 합류하면서 국회 기류가 급속히 탄핵으로 기울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 이후 공개 발언이 없다. 지난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공개로 만나 “탄핵안이 가결돼도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는 입장을 표시한 게 전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대통령이 밥을 먹었다고 하면 왜 먹었느냐고 비난받고, 밥을 안 먹었다고 하면 왜 안 먹었느냐고 비난받는 형국”이라며 “어떤 메시지를 내놔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난 1·2·3차 담화 모두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대신 이날 박 대통령은 한광옥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저 때문에 여러분들이 어렵게 돼서 미안하다. 그래도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나라가 잘되게 하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표정은 차분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대열에 합류한 이상 탄핵안 통과를 막는 건 힘들어졌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 논란 등 악재가 추가로 터져 나온 것도 탄핵안 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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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박 대통령은 탄핵 이후의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참모는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야당 일부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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