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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회 담장 2.5㎞ 인간 띠로 에워쌀 것”

중앙일보 2016.12.09 02:12 종합 5면 지면보기
탄핵 표결의 날 여의도로 간 촛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국언론인노동조합원들이 8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두 단체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국언론인노동조합원들이 8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두 단체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9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추산 5000명의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국회 정문과 1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이날 정치권에 탄핵 가결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국회는 몸값 해라. 국회는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의 손에는 가로 50㎝, 세로 2m50㎝ 크기의 만장(輓章) 500여 개도 들려 있었다. 노란색 만장에는 ‘탄핵이 시작이다’ ‘탄핵에 찬성하라’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만장은 죽은 이를 추모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기(旗)처럼 만든 것이다. 퇴진행동 측은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만장을 만들었다. 만장에 적힌 메시지는 시민들이 페이스북에 직접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결 전날 여의도 곳곳서 시위
정세균 “국회 경내 집회 안 되지만
국회 앞 평화 집회는 보장할 것”

이날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국회 담장 둘레 약 2.5㎞를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시위대의 행진을 막으며 무산됐다. 한선범 퇴진행동 언론국장은 “9일 예정된 2차 여의도 집회에서는 인간 띠 잇기를 성사시켜 국회를 포위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집회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시국토론회와 자유발언 등을 하며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시민 400여 명 중 50여 명은 텐트를 치고 1박2일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고양시민 남희경씨는 “탄핵이 가결될 때까지 이 자리에 있을 것이고, 부결되면 국회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 주성옥(43·여)씨는 “시민들이 애써 탄핵안 발의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든 판을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깨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박사모’ 회원들이 8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두 단체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다. [뉴시스]

반대하는 ‘박사모’ 회원들이 8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두 단체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다. [뉴시스]

이날 오후 2시쯤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박사모’ 회원 100여 명이 국회 정문 앞과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후 5시20분쯤에는 청소년 단체 ‘레드카드 나인틴’ 소속 고교생 10여 명이 국회 정문 앞에 모였다. 관악고 3학년 유석영(18)양은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 나아가 우리 사회 기성시스템의 탄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날 국회 본관 광장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가 국회 경내 질서 유지를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9일 역시 국회 앞에서는 집회가 가능하지만 국회 내부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8일 오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의장실에서 만난 후 “국회 경내에서의 집회와 시위는 허용될 수 없지만 경찰과 협조해 국회 앞에서 평화적이고 안전한 국민 집회가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퇴진행동 측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곧바로 정치권에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결의안 채택을 요구할 계획이다. 10일 서울 광화문 등에서 예정된 7차 촛불집회는 탄핵안 가결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퇴진행동 측은 “탄핵이 결정되면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탄핵이 부결되면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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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는 9일 본회의 방청석 266석 가운데 취재진 등을 위한 좌석을 제외한 106석에 대한 방청권을 각 당에 나눠줬다고 밝혔다. 의석수 비율에 맞춰 새누리당 43석, 민주당 40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 5석, 무소속의원 5석씩이다. 민주당은 40석 모두를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채승기·채윤경·윤재영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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