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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시대 미국의 아시아 정책

중앙일보 2016.12.09 01:00 종합 3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캠페인 기간에 한국과 아시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의 공약은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미국 내부의 국제주의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최근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내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발을 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례적으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전화했다. 많은 전문가가 미국 아시아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상하지만 사실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공화당 주류 지도부와 충돌했던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임명해야 하는 그 많은 자리에 누구를 쓸지 알 수 없다. 누가 국무장관이 될지 모른다. 부통령이 될 마이크 펜스에게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위임할지 모른다. 펜스는 현재 정기적으로 정보보고를 받으며 인수위팀을 이끌고 있다. 또 트럼프가 과격 이슬람주의 테러 세력에 집중하기 위해 아시아 중시 정책을 포기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딱 한 가지가 확실하다. 미국에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인지를 지금 트럼프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건 실제 신문의 1면 톱은 뭔가 다른 기사가 장식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빌 클린턴은 당선인 시절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냉전 이후 새로운 안보 상황에 맞는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이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라고 예상했다. 예상과는 달리 클린턴 대통령은 북핵 위기와 미·중 간의 강대국 경쟁에 골몰했다. 조지 W 부시는 국제 전략 무대의 경쟁자인 중국과의 문제에 집중하려고 했으나 그는 대신 테러와 싸우게 됐다. 역시 예상과 달리 그의 임기 중 미·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생산적이었다. 버락 오바마는 세계 강대국들과 힘을 합쳐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려고 했지만 그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팽창주의와 도전에 봉착했다. 즉 신임 미국 대통령이 생각한 우선순위 과제가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한 표씩 행사한다.

미국 외교 정책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틀린 것으로 판명날 수 있다. 트럼프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한 것을 예로 들어 보자. 그렇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며 외교 프로토콜을 깼다. 과거 정책을 수정해 대만과 국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던 로널드 레이건이 1981년 대통령 취임식에 고위급 대만 대표단을 초청한 일이 있다. 베이징 입장에서는 최근 트럼프가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보다 훨씬 충격적인 움직임이었다. 레이건 행정부의 친대만 관료와 친중국 관료 사이에 1년여 동안 실랑이가 있었지만 레이건은 결국 베이징과 좋은 실무관계를 수립했다. 또한 미국의 기존 중국 정책을 큰 틀에서 수정하지 않고 대만과도 좋은 관계를 맺었다. 트럼프가 레이건처럼 중국과 새로운 안정적인 시대를 개막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역사는 적어도 그런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동맹국들이 돈을 더 내지 않으면 미국이 동맹국들을 보호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도 재론이 필요하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곧 시작되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국방장관에 제임스 매티스를 내정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는 보다 강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평생 헌신한 인물이다. 트럼프의 국무장관 후보들 또한 강한 동맹관계를 지향한다. 노련한 인물들로 구성된 트럼프 내각은 방위비 분담 증액보다는 적들을 저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TPP에서 빠지겠다는 트럼프의 발표 또한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미시간·오하이오 주의 근로자들에게 자유무역협정이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사실 트럼프가 승리한 모든 주의 주지사, 상·하원, 재계는 TPP와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을 지지한다. TPP에 대한 반대가 승리에 중심적인 구실을 했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더 쉬운 방향으로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TPP의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예측 불가능성’이 자신의 외교정책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무역·동맹 정책에서 결국 무엇을 내놓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한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일관성 있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의지하는 동맹국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새 행정부는 새로운 외교·국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의사를 타진할 것이다. 아직 돌에 새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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