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롯데 이어 신세계·이케아 깃발…수도권 서북부 유통 삼국지

중앙일보 2016.12.09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 가니 구파발역(3호선)에 도착했다.

은평 뉴타운, 삼송·원흥지구 등
입주자 늘었지만 마땅한 시설 없어
먼저 문 연 롯데 지역밀착 내세워
디저트 포함 먹거리 매장에 주력

개표구를 나서자마자 이날 개점한 롯데몰 은평점 입구가 보였다. 개점날이지만 이미 이달 1일부터 임시로 문을 열어 벌써 재방문한 방문객도 있었다. 인근 진관동에 사는 이지혜(33)씨는 “화장품 한 개를 사려고 해도 인근에 백화점은 커녕 마땅한 쇼핑시설이 없어서 명동까지 갔는데 아주 만족스럽다”며 “2일엔 화장품을 사러 왔었고 오늘은 친구와 이탈리안 음식을 먹기 위해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1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35만명이다. 정식 개점일인 이날만 10만명이 몰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4층 ‘월드푸드’존이다. 홍대 상권에서 인기 있는 다양한 음식점부터 대만 카스테라까지 요즘 인기를 끄는 먹거리가 5100㎡(약 1540평)를 꽉 채웠다. 아그라(인도커리), 북촌손만두, 하즈벤(퓨전일식) 등 다양한 음식점이 입점했다. 단일층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식음료(F&B) 공간이다.

인근에 음식점이 부족하다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영향이다. 정준섭 롯데몰 은평점 점장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10% 정도 넓은 전체 면적의 20%를 식음료로 채웠고 4층에만 35가지, 전체적으로 156가지 먹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쇼핑 불모지’ 수도권 서북부권 상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롯데몰 은평점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대규모 쇼핑시설이 줄줄이 들어선다. 내년 상반기 신세계의 ‘스타필드 고양점’이, 내년 하반기엔 글로벌 생활용품 브랜드 이케아 고양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각각 자동차로 5~10분 거리에 몰려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유통업계 쌍두마차인 롯데와 신세계는 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서북부권에 깃발을 꽂은 것은 신세계다. 2012년 10월 삼송지구에 땅 10만㎡(약 2만7500평)를 샀다. 1년 후인 2013년 12월 롯데와 이케아도 부지 매입에 나섰다. 당시 대형 유통업체가 서북부권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 일대에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 호재가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2008년 6월 첫 입주가 시작된 서울 은평뉴타운을 비롯해 고양시 삼송·원흥·지축지구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이전까지는 서북부권은 판문점이 가까운 탓에 주거 선호도가 떨어졌다. 서울과 일산신도시 사이에 끼어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입지였다.
첫 개점 테이프를 끊은 롯데몰 은평점이 들어선 땅은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5년이 지나도록 땅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롯데가 2013년 12월 1740억원에 샀다. 롯데는 지역 밀착형 전략으로 인근 주민의 발길을 끌 계획이다.

다양한 키즈 테마 시설도 있다. 롯데몰 은평점이 들어선 진관동 전체 인구는 5만2800명으로, 이 중 16.4%가 만 12세 이하 유·아동이다. 이는 은평구 전체 유·아동 비중(10%)보다 높다. 롯데월드 잠실점에 있는 키즈파크나 어린이 전용 스포츠시설(축구·농구·야구·발레·수영)인 ‘아이 러브 스포츠’를 조성한 이유다.
신세계는 “하남점보다 업그레이드된 콘텐트를 선보이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초기 계획안을 바꾸고 있다. 쇼핑몰과 함께 하남점에 있는 다양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아쿠아필드, 신세계백화점이 함께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고양점도 ‘체험’을 주제로 꾸며진다. 가구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과 이케아 푸드(이케아 레스토랑·스위디시 마켓)를 운영한다. 인테리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쇼룸도 만든다. ‘홈퍼니싱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들러 직접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나친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시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은평구(50만명)을 비롯해 서북부권 인구가 300만명 정도인데 대형 쇼핑몰 공급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제2롯데월드나 스타필드 하남 등 일부를 제외하곤 국내 복합 쇼핑몰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영등포 타임스퀘어 등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고객이 찾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일산신도시엔 이미 자체 상권이 조성됐고 공급은 많아 해당 지역 수요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서북부권 거주자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올 만한 요소가 없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