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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겨울 밤이 훈훈한 ‘하트’

중앙일보 2016.12.09 00:06 Week& 2면 지면보기


“빨리 카메라 들고 나와라.” 방금 퇴근한 선배가 전화를 걸어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무슨 사건이 벌이진 걸까?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 건물에 하트 모양 불이 켜져 있어.”

다행히 사건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웬 하트? 카메라를 챙겨 내려가며 묘하게 기분이 들떴습니다. 1층 현관을 나서니 신축 중이던 옆 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 있고, 윗부분에 하트 모양으로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습니다. 지나던 사람도 너나 할 것 없이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이유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사연에 따라 신문에 사진을 게재할 수도 있으니까요. 공사장 담당자를 찾아갔는데 그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액정으로 사진을 보여주니 오히려 “이게 우리 건물인가요? 멋있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한 전기 기사가 다가왔습니다.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 어디 한 번 봐요. 하트 모양 제대로 나왔네.”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그냥 장난으로 만든 건데요? 왜요?”

“….”

신문에 쓰는 건 고사하고, 무언가 의미 있는 답변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춥고 건조했던 12월의 겨울 밤, 누군가는 이 하트를 보며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거나, 로맨틱한 감상에 젖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혹시 누군가에게 표현하지 못한 하트가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 한 번 날려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장난치는 것처럼 편하게요.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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