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니 로브레도
인권변호사 출신 부통령, 내각 사퇴
마약사범 사살 등 인권침해로 갈등
로브레도는 지난 5일 “내가 반대하는 것과 계속 싸우겠다. 반대 세력의 리더가 되겠다. 나는 유해한 정책에 대해 더 큰 목소리로 반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필리핀 시민들에게 유해한 정책으로 ▶사형제 ▶형사 처벌 연령의 하향 조정 ▶초법적 사형 ▶여성 학대를 꼽았다.
그는 전날 자신이 내각에서 맡던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로브레도의 사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1965~86년)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꺾고 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마르코스 주니어와 가까운 두테르테는 부통령이 내각을 겸직하는 관행에도 불구하고 로브레도에게 자리를 내주길 주저했다.
로브레도는 전임 제조마르 비나이 부통령과 같은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장 자리를 받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로브레도가 마약사범의 인권 침해를 지속적으로 비판한 데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영웅묘지 이전 사업을 반대하는 등 사사건건 두테르테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로브레도는 “이미 지난주 내 보좌관들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내각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괴롭힘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브레도가 내각에서 물러나도 부통령직은 유지된다. 앞으로 로브레도를 중심으로 두테르테에 반대하는 야당 세력이 규합할 경우 의회에서 두테르테의 마약 퇴치에 대한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