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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 넘기는 손맛, 별별 디자인…전자책엔 없는 재미

중앙일보 2016.12.07 01:40 종합 18면 지면보기
전자책의 시대, 종이책은 죽었다? 2015년 미국출판협회 조사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 준다. 전자책 부문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9.5% 감소했지만 페이퍼백은 16.2%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디지털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종이책만의 매력에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의 물성(物性)을 강조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면서 독자·소비자를 사로잡는 새로운 책들을 모아 봤다.
 
#엄청나게 크거나, 엄청나게 작거나
① 세계서점기행 ② 왜 거울 없이 메이크업을하는 거죠 무게 3㎏인 책① 과 50g인 ②를 나란히 놓았다. 책값은 ①은 8만원, ②는 4700원이다. 두 책 모두 ‘디지털로는 구현 못하는 책의 물성’을 최대한 내세웠다. ①의 크기 자체가 전하는 묵직한 권위가 책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위고웍스 ‘부클릿’ 시리즈 중 한 권인 ②에선 쉽게 읽고 또 쉽게 버릴 수도 있는 종이의 ‘만만함’이 독자를 끄는 매력으로 활용됐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① 세계서점기행 ② 왜 거울 없이 메이크업을하는 거죠

독자 사로잡은 종이책의 변신
크기·질감·디자인·콘텐트 차별화
디지털 홍수 속 작년 매출 16% 늘어
6.5m 아코디언북, 15m 병풍 그림책
주머니 쏙 들어가는 미니 북도 눈길

무게 3㎏인 책① 과 50g인 ②를 나란히 놓았다. 책값은 ①은 8만원, ②는 4700원이다. 두 책 모두 ‘디지털로는 구현 못하는 책의 물성’을 최대한 내세웠다. ①의 크기 자체가 전하는 묵직한 권위가 책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위고웍스 ‘부클릿’ 시리즈 중 한 권인 ②에선 쉽게 읽고 또 쉽게 버릴 수도 있는 종이의 ‘만만함’이 독자를 끄는 매력으로 활용됐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모니터 속에 절대 들어갈 수 없는 대형 판형은 종이책만의 무기가 된다. 가로 21㎝, 세로 30㎝ 크기에 무게 3㎏에 육박하는 『세계서점기행』(한길사)은 저자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의 “전자책이 넘보지 못하는 종이책의 화려함을 보여 주겠다”는 고집에서 탄생했다. 정가 8만원의 고가 책인데도 출간 한 달여 만에 초판 1000부가 모두 소화되는 기록을 세웠다.
30층 집, 고양이를 찾아라! 6.5m 길이로 펼쳐 보는 그림책. 30층 집을 1층부터 마지막 층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원래 낱장씩 넘기던 평범한 책이었지만 올 3월 아코디언북 형태로 바뀌어 재출간 됐다. 출판사 미래아이 측은 “제본 형식이 특이한 책을 독자들이 좋아해 변신을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했다.

30층 집, 고양이를 찾아라!
6.5m 길이로 펼쳐 보는 그림책. 30층 집을 1층부터 마지막 층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원래 낱장씩 넘기던 평범한 책이었지만 올 3월 아코디언북 형태로 바뀌어 재출간 됐다. 출판사 미래아이 측은 “제본 형식이 특이한 책을 독자들이 좋아해 변신을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했다.

6.5m 길이의 아코디언북 『30층 집, 고양이를 찾아라!』(미래아이), 15m 병풍 그림책 『나무, 춤춘다』(반달) 등도 압도적인 사이즈로 독자들의 눈길을 끈 사례다. 종이의 질감과 특성을 살린 디자인 자체가 예술이자 콘셉트인 ‘아트북’들이다.
밤을 깨우는 동물들 2m 길이의 병풍 형식 야광 그림책. 첫 장 5㎝에서 시작한 세로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책 모양을 이리저리 바꾸며 ‘창의적인 예술 놀이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밤을 깨우는 동물들
2m 길이의 병풍 형식 야광 그림책. 첫 장 5㎝에서 시작한 세로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책 모양을 이리저리 바꾸며 ‘창의적인 예술 놀이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반대로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권당 100쪽 안팎의 위고웍스 ‘부클릿’ 시리즈와 민음사 ‘쏜살문고’ 등이다. 신문용지인 갱지로 만든 ‘부클릿’의 무게는 50g에 불과하다.
 
#직접 쓰고, 직접 그리고
① 5년 후 나에게 Q&A a day ② 100 DAYS DREAM BOOK ③ 순간을 기록하다 for love 독자가 직접 책 내용을 채워 넣는 ‘다이어리북’들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책이냐, 문구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콘텐트가 있다’는 측면에서 책으로 인정받았고, 일반적인 다이어리와 구분해 ‘콘셉트 다이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은 1년 동안 3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쓴다는 행위의 각인 효과가 다이어리북 인기의 한 요인이다.

① 5년 후 나에게 Q&A a day ② 100 DAYS DREAM BOOK ③ 순간을 기록하다 for love
독자가 직접 책 내용을 채워 넣는 ‘다이어리북’들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책이냐, 문구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콘텐트가 있다’는 측면에서 책으로 인정받았고, 일반적인 다이어리와 구분해 ‘콘셉트 다이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은 1년 동안 3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쓴다는 행위의 각인 효과가 다이어리북 인기의 한 요인이다.

컬러링북·필사책·다이어리북 등 독자가 직접 자기 손으로 내용을 채워 넣는, 쌍방향적 책들도 인기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5년 후 나에게 Q&A a day』(토네이도)는 각 페이지 위에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란 질문만 있다. 질문에 답을 직접 써 넣는 수첩 같은 책인데도 1년 새 30만 부 넘게 팔렸다. 이 밖에 『나를 찾아가는 질문들』(반니), 『감정 다이어리북』(위즈덤하우스) 등 비슷한 형식의 책들이 쏟아졌다. 최근 늘봄출판사에서 나온 『자서전』 시리즈도 비슷한 콘셉트다. 책의 질문에 답을 적다 보면 자서전이 완성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책의 용도와 기능이 읽고 지식을 얻는 차원을 넘어 기록·기념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직하고 싶은 종이 예술
레베카의 작은 극장 섬세한 레이저 커팅 기술을 활용한 예술 그림책. 1㎜ 정도의 가는 선까지 구현해 냈다. 프랑스 그림책 작가 레베카 도트르메르가 자신이 펴낸 19권의 그림책 주인공들을 모두 불러 모아 한 무대에 세운다는 설정이다. 장마다 주인공과 주요 무대장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잘라내 200쪽 넘는 두꺼운 책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책값은 6만원이다.

레베카의 작은 극장
섬세한 레이저 커팅 기술을 활용한 예술 그림책. 1㎜ 정도의 가는 선까지 구현해 냈다. 프랑스 그림책 작가 레베카 도트르메르가 자신이 펴낸 19권의 그림책 주인공들을 모두 불러 모아 한 무대에 세운다는 설정이다. 장마다 주인공과 주요 무대장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잘라내 200쪽 넘는 두꺼운 책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책값은 6만원이다.

복간본·한정판·소장판 등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들도 부상하고 있다. 올 2월 출간, 20만 부 가까이 팔리며 파란을 일으킨 윤동주 유고시집 복각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와다리)가 대표적 사례다. 소장용 책들을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고맙습니다 지난해 8월 타계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출판사 알마에서 펴낸 ‘스페셜 에디션’. 2만6000원짜리 ‘누드 제본판’으로 만들어 500부 한정 판매했다.

고맙습니다
지난해 8월 타계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출판사 알마에서 펴낸 ‘스페셜 에디션’. 2만6000원짜리 ‘누드 제본판’으로 만들어 500부 한정 판매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들은 대표적인 소장용·선물용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소장하는 기쁨’을 주제로 한 그림책 시리즈 ‘더 컬렉션’을 펴내고 있는 보림출판사 권종택 대표는 “정교한 레이저 커팅 기법을 사용하고 책 한 장 한 장을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내는 그림책을 독자들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THE BOX OF CREATIVITY 프랑스 아티스트 마리옹 바타유가 만든 입체팝업북.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디자인이 시각적 재미를 만들어 낸다. 알파벳을 소재로 한 『ABC 3D』와 숫자를 보여 주는『10』, 두 권의 책을 한 상자에 넣어 정가 4만 1000원에 500세트 한정 판매했다. 젊은 여성들의 선물용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보림출판사 ‘더 컬렉션’ 시리즈 중 하나다.

THE BOX OF CREATIVITY
프랑스 아티스트 마리옹 바타유가 만든 입체팝업북.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디자인이 시각적 재미를 만들어 낸다. 알파벳을 소재로 한 『ABC 3D』와 숫자를 보여 주는『10』, 두 권의 책을 한 상자에 넣어 정가 4만 1000원에 500세트 한정 판매했다. 젊은 여성들의 선물용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보림출판사 ‘더 컬렉션’ 시리즈 중 하나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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