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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시위' 이어간 시민들…엄중해진 집회, 경찰에 국화꽃

중앙일보 2016.12.04 03:22
3일 청와대 100m 앞 거리에 모인 시위대. 전민규 기자

3일 청와대 100m 앞 거리에 모인 시위대. 전민규 기자


사상 최초로 청와대 100m 앞에서 열린 3일 대규모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폭력 없는 '평화 시위'를 끝까지 이어갔다.

전국 232만명이라는 헌정 사상 최대 인원인 모인 이날 집회는 자정쯤 연행자 한 명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주말 6차 촛불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6주째 매 주말 이어진 집회에도 불구하고 이번 집회 참가 인원이 대폭 늘어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가 성난 민심을 더욱 들끓게 만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날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집회 분위기는 더욱 엄중해졌다. 축제 같았던 종전과 달리 문화제 공연이 대폭 줄었고, 집회와 행진이 집회의 중심이 됐다.

오후 7시엔 소등 행사가 진행됐다. 시위대는 오후 7시에 1분간 불을 껐다가 다시 밝혔다. 소등 시간 오후 7시에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라는 의미가 담겼다.

청와대 100m 앞에서도 시민들은 성숙한 평화시위를 유지했다.

효자치안센터 앞에선 폴리스라인이 무너졌지만, 이후 시민들은 의경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청와대를 바라보며 "박근혜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100m 보장하라" "우리가 심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을 향해 국화꽃을 던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의 죽음'을 상징하는 듯 흰색 국화꽃이었다.

한 시민은 자유발언을 통해 "의경들을 욕하지 말자. 의경 중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며 "의경들도 우리 가족이다. 싸우면 안 된다. 폭력을 정당화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차벽에 '집회의 자유 침해하는 불법차벽 철거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꽃스티커를 붙여 '꽃벽'을 만들기도 했다. 차벽을 치며 항의하는 시민이 발견되면 "비폭력"을 외치며 자제시켰다.

시민 한 명이 "모두 일어나서 앞으로 전진하자"고 선동했지만, 다른 시민들은 "진정하라"는 말로 답했다.

경찰 방향으로 대열을 미는 사람들에게 "밀지 마세요, 경찰 다쳐요"라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모습도 보였다.

한 시민은 "아들 같고 고생하는데 박수 쳐줍시다"라며 의경들을 격려했다. 주위 시민들도 함께 손뼉을 치며 동참했다.

경찰 역시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며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경찰 대열을 몸으로 밀어도 "밀지 마세요. 뒤에 다칩니다"라며 말로써 대응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마무리된 후 "집회 관련 연행자는 없다"고 밝혔다.

박혜민 기자, 뉴시스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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