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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과 분산·투명성이 중요, LG전자·네이버·두산 등도 절대평가로 바꿔

중앙선데이 2016.12.04 00:56 508호 18면 지면보기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 직원들은 파티션으로 갈라진 갑갑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카페테리아·테라스·휴게실에서 일한다. 열린 공간에서 처음 만나는 직원끼리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도 이런 식으로 일한다. 넷플릭스의 혁신은 소통과 자율성에서 시작됐다.



현대인은 옷·먹거리부터 자동차·스마트폰까지 없는 게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새로운 가치와 삶의 혁신을 끌어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발상의 전환과 창의성을 끌어낼 조직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조직 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먼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토양부터 닦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소통·자율성 있는 조직 만들려면

강창욱 한양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강한 국내 기업에서 상사·부하 간에 말은 나누지만 내용을 나누지는 못한다”며 “동년배끼리 창업한 스타트업에 비해 나이 차가 큰 사람들이 만든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적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인 네이버는 30대 중반이던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주축이 됐고, 애플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합작품이었다. 창업한 지 18년 된 구글이 여전히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것도 에릭 슈미트, 래리 페이지로 이어지는 CEO와 직원 간에 가치의 소통에 있었다. 강 교수는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의 생각과 인식을 존중하는 의사소통·토론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한국 기업의 특성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문화를 고려해 단계적인 소통의 다리부터 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희준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는 “먼저 소통의 통로를 열고 단계적으로 수평적 조직 문화, 모듈형 조직 구조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20~30대 실무자와 40~50대 간부 간에 깊어진 인식의 골을 메우기 위한 일종의 ‘소통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인식의 확산과 집단지성의 발현을 위해서는 평가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는 창의성과 판단의 속도를 떨어트릴 수 있어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식기반 산업의 조직 문화는 개방과 분산, 투명성에 있다”며 “개개인의 의사결정과 판단에 따라 성과를 내고 이를 평가하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전자·네이버·두산 등 국내 일부 기업도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 상대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기도 했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한국 기업은 기존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사제도적)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개인 간, 나아가 조직 간 개방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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