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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착한 장내세균 전달 유아 건강 지키는 선물세트

중앙선데이 2016.12.04 00:30 508호 27면 지면보기

모유 수유는 유아건강의 핵심이다. 스타니스워프 비스판스키의 ‘모성’, 1905년 작, 폴란드.



유방 속에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병원균으로부터 철벽 보호돼야 할 인체 내부 유방조직에 ‘다른 놈’들이 버젓이 살고 있다. 그놈들은 왜 그곳에 있을까. 답은 모유와 함께 아이 장내로 가려함이다. 튼튼한 장내세균을 만들려는 엄마의 치밀한 전략이다. 아이 평생건강은 3개월 때 장내세균이 결정한다. 자연분만, 모유수유가 그 정답이다. 임신-분만-수유의 정교한 ‘장내세균 이송작전’을 보자.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모유 수유

임신 전 S라인이던 몸매가 D라인으로 바뀐다. 배불림은 산모 계획 중 하나다. 체중이 7~12kg 불어난다. 태아는 3kg, 지방이 4~9kg다. 지방은 입덧 시 비상식량이자 모유 생산용 비축식량이다. 입덧은 예민해진 미각으로 태아에 해로운 음식을 거르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장내세균 전달이다. 본인 장내세균을 ‘아이 맞춤형’으로 미리 바꾸어 놓는다. 착한 젖산균을 증가시키고 병원균 억제물질 (박테리오신) 생산균을 늘린다. 2012년 코넬대 연구팀은 임신여성 91명의 장내미생물을 조사했다. 임신 여성의 경우 후기에 장내미생물 수와 종류가 ‘소수 정예’로 급변했다. 전투대비형 ‘프로테오’ 박테리아가 주종이 됐다. 임신후기 여성 장내세균을 임신초기 여성에게 옮겼더니 체중이 늘고 혈당이 올랐다. 산모 D형 몸매 원인이 장내세균이라는 반증이다. 산모의 전투대비형 장내세균·지방·혈당 증가는 태아건강에는 필수다. 태아건강 1순위는 면역이다. 면역이 제대로 훈련되지 못하면 아토피, 천식 등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 생긴다. 면역훈련 교관은 엄마 장내세균이다. 아이에게 엄마 장내세균을 옮겨야 한다.



 

[유방 속 박테리아는 태아를 위한 계획]

 

림프관을 통해 이동한 엄마 장내세균은 유엽생산 모유와 함께 유관을 통해 유아 장내로 이동한다. (녹색·이동방향)



엄마 대장박테리아를 유방으로 옮겨온 놈은 엄마 대장 속 면역세포다. 인체 면역세포 70%가 대장에 있다. 면역세포는 그곳에서 장내세균과 ‘툭탁 툭탁’ 맞서고 있다. 병원균이 발견되면 죽이고 ‘착한’ 유산균은 봐준다. 소위 ‘면역관용’이다. 면역이 너무 예민해지면 조그만 일에도 발끈한다.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킨다. 아토피와 천식은 사소한 외부 이물질에 발끈해서 제 몸에 총질하기다. 산모는 대장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면역을 태어날 아기에게 전해주려 한다. 먼저 ‘맘에 드는’ 장내세균을 고른다. 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 유산균, 병균저항성 균을 고른다. 이놈들을 면역세포인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속에 집어넣고 유방으로 이동시킨다. 임신녀의 경우 비임신녀보다 7배 많은 박테리아가 유방 근처 면역 림프절까지 와 있다.



왜 대장에서 유방으로 박테리아를 이동배치시킨 걸까. 목표는 모유다. 모유에 들어가서 그걸 먹은 아기 대장으로 이동시킨다. 태반 속 태아 장은 무균상태다. 분만 후 대장 속에 가장 좋은 ‘엄마 장내 선발 균’을 옮겨 심으려 한다. 준비가 끝났다. 태아는 이제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분만이다.



자연분만 도중 태아는 산모 장내세균을 받는다. 결혼식 축하 행진 시 뿌려지는 꽃잎처럼 산도(産道)에서 태아는 산모 장내세균으로 ‘샤워’를 한다. 자연분만 시 산모의 대장·질 세균들이 입을 통해 유아 장내로 유입된다. 올해 미국 의학협회에 의하면 자연분만인가 제왕절개인가에 따라 유아 장내세균 종류가 확연히 변한다. 자연분만 유아는 산모 질처럼 유산균이 주종을 이룬다. 대장과 질이 인접하도록 진화한 이유도 쉽게 산모 장내·질내세균을 분만 시 무균상태 태아에게 전달하려함이다. 동물들도 갓 태어난 새끼에게 빨리 장내세균을 전달하지 않으면 새끼가 위험해진다.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은 나무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장내세균을 어미로부터 받아야 산다. 반쯤 소화된 음식물이나 변을 새끼가 먹는 이유다.



 

[제왕절개는 태아에 좋은 선택 아니다]

 



제왕절개수술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제왕절개 수술이 꼭 필요할 경우는 전체 산모의 10~15%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통계(2012년)는 36.9%로 세계 3위다. 난산·출혈이 심할 경우에만 실시하던 수술이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 배를 가르는 복강수술 중 가장 많은 수술이 제왕절개다. 출산 고통을 산모는 위험하고 어려운 일로 생각한다. 언제든지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면 산모는 진통을 견디느니 수술을 택한다. 하지만 태아에게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미 질병연구소(CDC)에 의하면 제왕절개 태아가 장기적으로 병에 많이 걸린다. 항생제 내성균(MRSA) 감염률이 80% 높고 알레르기가 많아진다. 비만, 제1형 당뇨가 10%, 15% 높아진다. 출산 진통은 태아 몸을 준비시킨다. 진통을 다하고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유아는 자연분만과 유사한 장내세균을 갖춘다. 인간은 천만년 동안 자연분만을 해왔다. 제왕절개가 늘어난 것은 불과 100년 사이다. 구석기 몸이 제왕절개에는 익숙해질 수 없다.



 

유아 장내 M세포는 엄마 장내세균(Ag)으로 장내면역세포를 훈련시켜 면역을 완성한다.



모유는 유아 장내세균 형성에 절대적이다. 막 태어난 유아 대장은 거의 백지상태다. WHO는 처음 6개월간 모유수유가 유아건강에 절대적이라 했다. 6개월간 유아 장은 춘추전국시대다. 확실히 잡아놓지 않으면 이후 배앓이로 고생한다. 2016년 취리히 대학 연구에 의하면 모유에는 300종 당(糖)이 있다. 소, 쥐의 10배다. 왜 이렇게 많을까. 모유 올리고당(사슬당)은 유아가 영양소로 못 쓴다. 모유 올리고당은 유아 장내세균 먹이다. 초유 속 올리고당은 ‘착한’ 장내세균을 정착시킨다. 10종류 올리고당은 병원균이 장벽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한다. 모유수유 시 비피도 박테리아 등 착한 균들이 많았고 반면 독한 설사 균은 분유수유 4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



초유는 면역세포·항체·박테리아 덩어리로 걸쭉하다. 이 초유는 시간에 따라 성분이 변한다. 처음은 장내세균 안정화, 병원균 방어용 조성이다. 이후 유아 장내세균이 완성되면 항체량이 90% 줄고 대신 지방이 늘어 에너지로 쓰인다. 모유 속 박테리아와 올리고당으로 자리를 잡은 장내세균 덕분에 모유그룹은 분유수유그룹보다 이유식에 훨씬 잘 적응한다. 즉 젖을 떼고 먹는 고형식 분해 효소가 분유수유 아이보다 20여종이나 더 많았다.



 

[장내세균이 유아 면역훈련의 교관]

모유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장기 건강효과다. 모유아이는 분유아이보다 중이염(2배), 호흡기 감염(4배), 소화기 감염(3배), 괴사성 장염(2.5배), 돌연사 증후군(2배)이 낮고 한 살 전 사망률이 30% 적다. 모유수유 기간이 1·2·3·9개월이면 비만이 4·8·12·30%까지 감소하고 성인 때 2형 당뇨확률이 60% 낮았다. 문제는 모유수유가 실제로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산모가 젖이 안 나오거나 모유수유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대안으로 분유수유를 한다. 하지만 분유는 모유 대체품이 아니다. 분유는 소가 송아지에게 먹이는 우유다. 사람이 소처럼 풀을 먹지 않는다. 당연히 장내미생물 종류가 다르고 항체·올리고당·장내세균이 없다. 모유는 분유와 달리 유아용 완벽건강세트다. 선진국에서 모유수유 비율이 늘고 있는 이유다. WHO는 생후 6개월 동안은 모유만을 먹이고 고형식 먹는 6개월이 지나 2년까지는 모유를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국내는 한참 못 미친다. 24.6%만이 6개월 완전모유수유, 2년까지 병행하는 비율은 1% 미만이다.



 

장내세균을 유선조직으로 옮기는 수지상세포는 주름사이에 균을 운반한다.



아이 평생 건강은 3개월 때 결정된다. 한번 때를 놓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2015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의대 소아연구팀은 319명의 유아 장내세균 종류를 조사했다. 3개월 때 장내세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세 살 때 천식·아토피가 생겼다. 문제는 3개월 때 비정상이던 장내세균이 한 살 때 정상으로 돌아와도 천식·아토피가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처음 석 달 동안 잘못된 장내세균이 평생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네 가지 박테리아(페칼리박테륨·라크노스피라·베일로넬라·로치아)가 없음을 발견했다. 네 종류 박테리아를 처음 태어난 무균 쥐에게 이식하자 자라서 천식이 생기지 않음을 확인했다. 네 종류 박테리아가 생산하던 ‘아세테이트’ 물질이 정상 아이에는 있었지만 아토피·천식 아이들 소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네 종류 박테리아와 그들 생산물질이 아토피·천식 발생 원인이라는 반증이다.



유아 면역은 태어나면서부터 훈련된다. 장내세균이 면역훈련 교관이다. 장내세균은 장에 있는 면역세포를 잽으로 훈련 시키고 생산물질을 혈액 속에 보내 먼 곳에 있는 장기도 훈련 시킨다. 연구진은 제대로 된 장내세균을 모친에게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연분만·모유수유가 그 답이라 추천한다.



엄마는 임신부터 수유까지 태어날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차곡차곡’ 준비해 놓는다. 불룩한 배는 아이의 비상식량이고 모유는 ‘착한 장내세균’ 덩어리다. 수백만년 전부터 준비된 ‘유아 종합선물세트’가 제왕절개·분유수유로 실종되고 있다. 산모가 편해지는 반면 아이건강은 나빠진다. 구석기 몸에 맞는 분만·수유방식이 필요하다. 건강 유아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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