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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중앙선데이 2016.12.04 00:20 508호 30면 지면보기
로스앤젤레스(LA)가 반짝이는 도시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발에 채이는 게 배우요, 화려하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운 할리우드 스타들이 줄지어 사는 곳이니 말이다.



허나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도시인 줄은 미처 몰랐다. 꿈꾸는 바보들이 모여있는 곳, 조금은 미쳐도 된다고 용인받을 수 있는 그런 로맨틱한 기운이 잔뜩 서려있는 곳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영화 '라라랜드'

지난해 ‘위플래쉬’로 데뷔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바로 이 도시 LA를 주인공으로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다. LA를 글자 그대로 읽은 ‘라’에서 따온 별명에 특기이자 무기인 재즈를 얹었다. 실력은 있지만 레스토랑 사장 취향에 맞춰 ‘징글벨’이나 연주해야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오디션만 봤다 하면 떨어지는 바리스타이자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는 길 위에 뿌려진 음표를 타고 가다 만난다. “재즈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면 쳐다볼 생각조차 없었던 남자와 “재즈는 엘리베이터 음악”이라며 싫어하는 여자가 만났으니 악연일까, 필연일까.



세바스찬은 재즈가 얼마나 매력적인 음악인지를 어필한다. 재즈바에 데려가고 재즈의 역사를 읊으며 매일 밤 변형되어 초연되는 그 숭고함을 칭송한다. 스윙밴드의 역사가 깃든 클럽을 인수해 삼바 음악을 틀고 타파스를 파는 ‘양다리 걸치는’ 것들을 응징하고 다시 찾아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미아는 그 꿈에 점점 전염된다. 별 볼 일 없는 역할에 연연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에 따라 직접 각본을 쓰고 1인극을 올린다. 비록 흥행에는 참패하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꿈꿀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전작에서 완벽한 재즈 연주를 위해 사제간의 광기 어린 드럼 대결을 보여줬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눈에 잔뜩 줬던 힘을 빼고 함께 즐기기를 권한다. 전통 재즈를 고집하는 세바스찬이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로 가슴을 녹인다면, 그에게 영입을 제안한 재즈 밴드의 리더 키이스(존 레전드)는 “죽어가는 재즈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극중 주장처럼 신나고 펑키한 퓨전 재즈를 선보인다. 실제 그래미상을 10번이나 받은 R&B 스타 존 레전드의 연주는 물론 이번 역할을 위해 피아노를 배운 라이언의 활약도 빼어나다.



‘위플래쉬’가 재즈라는 한 놈만 팼다면, ‘라라랜드’는 모든 장르에 열려있어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차젤레 감독과 줄곧 영화 음악을 함께 해 온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은 그의 절친답게 온갖 음악 장르를 섭렵해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특히 롱테이크로 담아낸 군무 장면은 인상적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한 명씩 자동차 문을 열고 나와 탭댄스와 왈츠를 추며 거리를 온통 뮤지컬 무대로 만들어버리는 배우들의 리드미컬한 군무는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눈부시게 하는 것은 바로 엠마 스톤이다. 그녀는 총천연색 드레스를 입고 LA를 휘저으며 이곳을 ‘꿈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마치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서 화면 자체가 고전적 아름다움을 내뿜는 것처럼, 그녀는 때로 우아하고 때로 사뿐사뿐하게 몸을 놀린다. 흠이라면 오디션에 줄줄이 낙방하는 배우 지망생치고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을 만큼 너무 연기를 잘할 뿐,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충분하다.



한때 재즈 드러머를 꿈꿨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재차 묻는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그리고 그가 만든 인물들 역시 멈춰설 듯 타협할 듯 주춤댈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꿈은 반복되는 일상만큼이나 소중하기에.



미아가 오디션 도중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그는 아마 다시금 영화와 음악을 통해 묻는 듯하다. “꿈을 꾸는 그댈 위하여 / 비록 바보 같다 하여도 / 상처 입은 가슴을 위하여 / 우리의 시행착오를 위하여” 우리는 모두 자기가 잊고 사는 열정을 상기시키는,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니까. 7일 개봉.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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