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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뒤지는 남자들을 위한 위로

중앙선데이 2016.12.04 00:16 508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안경환 출판사: 홍익출판사 가격: 1만4800원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복잡한가. 이 책은 읽을 때보다 덮은 뒤에 생각이 더 많아진다.


『남자란 무엇인가』

저자는 주장한다. “권력자들을 부패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도 역시 남자들의 집단이다. 혈연·지연·학연과 각종 인연의 고리에 남자들이 엮여 있다. 여자들은 독자적인 부패의 고리를 만들지 못했다.”(55p)



결론은 “남자보다는 여성 정치인이 덜 부패할 것”이고 “여성 의원이 많은 지방의회는 투명하고 청렴한 분위기가 돈다는 평판이다”라는 방향으로 흐른다.



저자의 주장은 명쾌하다. 여성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공감과 소통능력이 부족한, 권력에 집착하기 때문에 부패하기도 쉬운 남성의 시대가 지나간다는 것이다. 큰 방향은 맞고 의도 또한 바르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최근 전국민을 허망하게 만든 여성 대통령의 (또 다른 여성들과 연결된) 부패 의혹은 이 책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부정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 측근은 여성이기 때문에 불의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또 통계적으로 본다면 여성 정치인이 부정을 행하는 경우가 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숫자 자체가 적은 여성 정치인의 통계는 유의미할까? 또 부패에 대한 남녀의 차이는 생물학적인가 아니면 사회적인가. 이 모든 고려를 했을 때 책의 내용은 틀리지도 맞지도 않다. 세상에 이토록 한쪽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문제는 여성주의 말고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엔 ‘여혐 논란’과 ‘권력에 대한 비판’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남성ㆍ여성에 대한 논의가 엄청난 고차 방정식이 돼버렸다.



이렇듯 결이 복잡한 이야기를 저자는 다소 단순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남자도 화장을 한다. 성해방을 맞은 여성들은 결혼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여성들은 특유의 소프트 파워를 이용해 곳곳의 요직에서 사회를 이끌고 있다. 반면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남성들은 여성들과의 논쟁에서 대부분 패배한다. 남성의 감출 수 없는 본능, 즉 성적 욕망은 도덕과 이성에 의해 강하게 통제될 요구를 받고 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울어서는 안 되고 권력을 쟁취해야한다고 교육받으며 자라온 남성들은 이제 심리적인 공백을 껴안은 채 살아야 한다. 특히 노년이 되면 각종 정신적 공허가 인생을 망가뜨리기 쉽다. 여러모로 행복해지기 어려워진 남성들이 생각과 세계관을 바꿔야한다는 게 책의 요점이다.



법학자이면서 영문학 번역자이고, 역사ㆍ신화에 해박한 저자의 풍부한 인용만큼은 일품이다. 그리스 신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오텔로』에서 한용운ㆍ윤동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현대적으로 해석해낸 고전의 향취가 가득하다. 또 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귀기울였던 흔적도 다분하다. 동성 결혼에 대한 입장, 모병제 주장 등은 분명 진보적이고 가장 최근 상황까지 업데이트 돼 있다.



이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 사회적 위치에 대한 의견은 다소 철 지난 논의라는 느낌이다. 대학졸업자의 60%가 여성인 미국의 상황, 또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가 남성을 추월한 상황 등은 더 이상 신기해 할 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어떤 식으로든 우월하다는 것이 과연 논의가 도달해야 할 방향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아서도 안되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무조건 우대받는 것도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막 태어난 첫 아들에게 “미안하다. 네가 딸이었으면 했다”고 적었다. 남자답게 사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란다. 특히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남자가 더 힘들 거라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에 딸을 낳은 사람 앞에는 끔찍한 성폭력, 여혐 논란, 단단한 유리천장처럼 실존과 관계된 문제들이 아른거린다.



책은 주로 남성을 향해 말하고 있다. 변화에 어리둥절한 남성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살아남는 방법을 조언해주는 식이다. 여성주의나 성평등에 대한 입문서로는 훌륭하지만 조금 더 나아간, 여성도 공감할만한 논의 또한 기다리게 되는 책이다.



 



 



글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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