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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최고세율 40%로 올려…‘증세 없는 복지’ 기조 깨져

중앙일보 2016.12.03 01:38 종합 5면 지면보기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2일 2017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예결위 위원장, 김 정책위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2일 2017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예결위 위원장, 김 정책위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400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의는 핵심 쟁점을 ‘봉합’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촉박한 시한과 정치 일정을 앞둔 여야의 셈법이 작용한 결과다. 거야(巨野)의 압박에 밀린 중앙정부도 ‘명분’을 내주고 ‘실리’를 지키는 길을 택했다. 핵심 내용은 야당이 요구해 온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지원 확대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이는 대신 법인세 인상을 백지화하기로 한 것이다.

4만여 명 대상, 6000억 더 걷혀
누리과정 5000억 지원하던 정부
내년부터 특별회계 신설, 부담 늘어
야당, 누리예산 증액 계속 요구 예상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논란을 벌여 온 누리과정 재원의 경우 정부가 부담을 더 지기로 했다.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재원으로 지방교육청이 편성하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정부가 예비비를 지출하는 형식으로 지원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3년간 특별회계를 신설해 정부에서 일정액을 의무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에는 정부가 8600억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정부가 예비비로 3000억~5000억원을 지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예산 지원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논란이 종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획재정부 측은 “애초 야당이 정부에 1조원 이상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던 만큼 내년 이후에도 증액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5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40%의 세율을 매기기로 함에 따라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를 내세워 온 야당으로선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 출범 뒤 표방해 온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막을 내렸다. 기재부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 세율을 적용받을 납세자는 4만6000명가량이다. 추가로 더 걷을 세금은 6000억원 정도다. ‘증세’는 했지만 ‘복지’로 이어지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세만 해도 근로자 중 면세자 비율이 48%까지 치솟아 전반적인 체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부담 탓에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을 일단 저지하면서 ‘마지노선’은 지켰다는 평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불안한 데다 국제적으로 감세 경쟁이 불붙는 상황에서 우리만 법인세를 올렸다간 투자가 더욱 얼어붙을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혼란한 정국 속에서 재정·세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잠시 잠복했을 뿐 내년에 있을 선거를 고비로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정치적 봉합을 넘어 향후 재정건전성과 증세, 복지를 놓고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2년만 연장

여야 간 협상 타결에 따라 12개 세법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정부는 2019년까지 3년 연장안을 냈지만 여야는 2018년까지 일단 2년만 연장하기로 했다. 총급여 7000만~1억2000만원 소득자의 공제한도 축소(300만원→250만원) 시기도 정부안인 2019년에서 2018년으로 당겼다. 월세 세액공제율을 기존 10%에서 12%로 늘리려던 정부 계획은 무산됐다. 반면 난임시술비 세액공제율은 정부안이었던 15%에서 20%로 확대됐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등록한 지 10년이 지난 노후 경유차를 교체할 때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해 주는 조치는 이달 5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은 기존 2~3%에서 1~3%로 축소된다.

조민근·하남현·남윤서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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