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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화 받고 멕시코 이전 철회…캐리어, 10년간 700만 달러 세제 혜택

중앙일보 2016.12.03 01:33 종합 8면 지면보기
“대가 없이 미국을 떠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공장의 본국 회귀) 약속이 현실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일(현지시간)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철회한 캐리어의 인디애나주 공장을 방문해 “1100개 일자리를 살렸다”고 밝혔다. [인디애나폴리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일(현지시간)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철회한 캐리어의 인디애나주 공장을 방문해 “1100개 일자리를 살렸다”고 밝혔다. [인디애나폴리스 AP=뉴시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어컨으로 유명한 회사인 캐리어가 멕시코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캐리어는 당초 1950년대부터 유지해 오던 인디애나폴리스 공장을 2019년까지 임금이 싼 멕시코 몬테레이로 이전하려 했지만 트럼프의 전화 한 통을 받고 계획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의 해외 이전을 금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U턴 기업’들에 혜택을 주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처음으로 성사된 것이다.

트럼프 “일자리 1100개 지켜냈다”
샌더스 “기업들 특혜 악용 우려”

캐리어는 해외 이전 철회 대가로 향후 10년간 700만 달러(약 82억원)에 달하는 세제혜택을 받게 됐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캐리어의 인디애나 공장을 방문해 “일자리 1100개를 지켜냈다”며 이전 계획 철회에 관여한 사실을 공개했다. 대통령 당선 후 TV 방송을 통해 캐리어의 해외 이전 계획과 관련 소식을 접한 그는 캐리어의 모(母)회사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헤이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캐리어의 해외 이전 계획을 언급하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뒤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회사의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선의를 갖고 내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캐리어의 에어컨 매출은 치솟게 될 것”이며 “앞으로 기업들에 전화를 계속 걸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협상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캐리어는 1600만 달러 투자에 대한 대가로 세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라며 “700개의 일자리는 여전히 멕시코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해외 이전 계획이 있거나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됐다. 선거 유세 때 트럼프는 “멕시코로 공장을 옮긴 나비스코가 만든 ‘오레오’ 쿠키를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말했고,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포드 자동차 등을 일자리를 줄이는 나쁜 사례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팀 쿡 CEO와의 전화 통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애플이 미국으로 아이폰 공장을 옮겨오면 세금을 대규모로 줄여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애플 제품에 대해 무려 45%에 달하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말해온 것을 감안하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놓은 셈이다.

민주당의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WP 기고문에서 “세금 혜택과 맞바꾸는 조건으로 일자리를 협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기업들에 보냈다”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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