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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야드 장타 여고생 “소렌스탐 넘어설 것”

중앙일보 2016.12.03 01:27 종합 10면 지면보기
성은정은 올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를 잇따라 휩쓸며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 유망주로 떠올랐다. [사진 신인섭 기자]

성은정은 올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를 잇따라 휩쓸며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 유망주로 떠올랐다. [사진 신인섭 기자]

지난 여름 뜨거운 리우 올림픽 열기에 묻혀 버린 뉴스가 있었다. 여고생 골퍼 성은정(17·영파여고)이 7월 US 여자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 8월 US 여자 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에서 잇따라 우승한 것이다.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개의 아마추어 대회를 한 해에 모두 석권한 선수는 성은정이 처음이었다. 남자 대회인 US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과 US 주니어 챔피언십을 한 해에 휩쓴 선수는 딱 한 명 있다. 타이거 우즈(41·미국)다.

성은정, 올 미국 아마대회 2개 석권
우즈만 가진 대기록, 여자 첫 달성
키 175㎝, 부모 모두 농구선수 출신
“장타보다 퍼트로 1등 되고 싶어요”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성은정은 아직 얼굴에 여드름 지국이 선명했지만 젊은 시절 우즈처럼 목표가 원대했다. 그의 목표는 골프 여제로 불렸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넘어서는 것이다. 성은정은 1999년생이다. 박세리가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98년엔 태어나지도 않았다. 성은정은 “박세리 선배도 존경하지만 LPGA 투어에서 72승을 거둔 소렌스탐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성은정은 지난 9월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소렌스탐을 만났다.
아버지 성주일씨(왼쪽)와 성은정. [사진 신인섭 기자]

아버지 성주일씨(왼쪽)와 성은정. [사진 신인섭 기자]

 “저를 알아보시던데요. 머리에 후광이 있는 것처럼 멋졌어요. 얼마나 떨리던지.”

 성은정의 키는 1m75㎝다. 헤드 스피드는 남자 골퍼와 맞먹는 100~105마일(약 160~169㎞)이다. 드라이브 샷 거리가 280야드를 넘나든다. 성은정은 “박성현 선배님과 함께 라운드를 해 봤는데 거리가 비슷하더라”고 말했다.

 성은정은 운동선수 출신인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성주일(49)씨는 전주고에서, 어머니 소경순(45)씨는 전주 기전여고에서 농구를 했다. 부부는 운동으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성은정은 어릴 때 축구·수영·승마·스키·골프를 했다. 수영과 스키는 선수급이었다. 다이빙도 잘했다. 성은정은 “남자들과 축구할 때는 골을 많이 넣어 별명이 ‘슛돌이’였다. 가장 잘하는 것은 골키퍼였는데 초등학교 클럽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골프는 처음엔 아주 쉬웠다.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다. 그러나 어려움도 겪었다. 성은정은 “어느 순간 실력이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었다. 드라이버 입스도 겪었다”며 “골프는 교만하면 용서하지 않는다. 헤드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은정은 지난 6월 프로대회인 BC카드-한경 레이디스 대회에 초청 선수로 나갔다가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최종일 17번 홀까지 3타 차 선두였는데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연장전을 벌여야 했고, 결국 역전패했다. 성은정은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다. 서럽게 눈물 흘리고 나서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성은정은 이 대회 이후 한 달 만에 US 여자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장타자인 성은정은 장타가 자신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은정은 “최고 자리에 오른 스타 중엔 장타자가 아닌 선수도 있지만 퍼트를 못하는 선수는 없다. 소렌스탐, 박세리, 박인비, 리디아 고, 신지애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은 모두 퍼트를 잘한다. 퍼트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퍼트 1등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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